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 탈(脫)중국 바람이 거세다. 보안 이슈로 중국산 라이다(LiDAR)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뚜렷해졌지만 이를 대체할 비(非)중국 표준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미국 유망주로 꼽혔던 루미나가 경영난에 빠지고 아우스터와 벨로다인이 합병하는 등 글로벌 라이다 업계가 요동치는 사이 한국기업 에스오에스랩(SOS LAB)은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CES 2026'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현대차, 두산 등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선 메인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에스오에스랩 부스는 'K-라이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거 유레카 파크(혁신기업관)에서 시작해 9년 만에 노른자 땅까지 진출한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이번 CES를 기점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탈중국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스 중앙에 전시된 제네시스 차량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자율주행차라면 흔히 지붕 위에 큼지막하게 돌아가는 센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차량의 외관은 매끈했다.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가 헤드램프와 윈드실드(앞유리) 내부에 완전히 내장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번 CES의 핵심 무기로 신제품 'SL-U'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완성차업체(OEM)들이 중국산을 대체할 라이다를 찾고 있지만 미국 업체들이 흔들리면서 사이즈와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대안이 사라진 상태"라며 "지금은 완벽한 '메이드 인 코리아' 라이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자체의 존재 가치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스 곳곳에 배치된 '엔비디아' 로고도 눈에 띈다. 에스오에스랩은 자율주행의 두뇌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린(Drive Orin) 플랫폼에 호환되는 공식 파트너다.
정 대표는 테슬라가 자체 기술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OEMd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GM 등이 엔비디아 플랫폼을 선택할 경우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는 해당 시스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센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과 호환되는 라이다 업체 가운데 한국 상장사는 에스오에스랩이 유일하다.
에스오에스랩의 기술력은 이미 국내 산업 현장에서 검증을 마쳤다. CES 현장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현대차의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MobED)' 전면에 장착된 센서가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다. 모베드에는 전면에 두 개의 라이다가 탑재돼 있는데 이 가운데 핵심 센서를 에스오에스랩이 맡았다.
적용 분야는 자율주행과 로봇을 넘어 반도체 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에스오에스랩의 라이다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웨이퍼를 자동으로 이송하는 장치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공장에도 해당 당치를 공급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스마트팩토리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CES 개막 이틀 만에 일본과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의미 있는 미팅을 진행했다"며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에서 CES는 실질적인 협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한편 에스오에스랩은 지난해 4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미래를 위한 실탄까지 확보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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