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체인저]엑셀올리면 쇼핑몰 등록 끝…디자인교과서가 4달만에 개발한 사연

CJ 피드앤케어의 폐쇄몰 '미트마스터몰'.(이미지=디자인교과서)

이커머스 구축 전문 웹에이전시 디자인교과서는 지난 2022년 가을 고민에 빠졌다. 고객사인 CJ 피드앤케어가 육가공 전문 브랜드 '미트마스터'의 B2B(기업간거래) 폐쇄몰에서 엑셀 파일만 올리면 상품이 자동으로 가격이 반영돼 등록되고 진열까지 가능한 기능을 구현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트마스터몰은 전국의 정육점주들이 육고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온라인 몰이다. 신선한 육고기를 매일 등록해야 하는데 kg단위로 가격이 변동되다보니 관리자가 수작업으로 하기엔 업무 부담이 컸다. 이에 육고기의 부위명과 kg당 단가 등을 엑셀 파일에 정리해 파일을 미트마스터몰에 올리면 파일 내에 기재된 대로 상품이 자동으로 등록되고 리스트에 진열까지 되는 기능이 필요했다.

이커머스 고객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의 솔루션을 이용해 온라인몰 제작 서비스를 하던 디자인교과서는 추가 개발을 결정했다.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카페24의 쇼핑몰 솔루션으로는 CJ 피드앤케어의 요구사항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약 4개월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엑셀 파일을 통한 상품 등록·진열이 가능하게 됐다.

미트마스터몰의 주문 및 회원정보가 CJ 피드앤케어가 이용 중인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도 연동돼야 했다. 주문 내역에 대한 확인과 배송까지 이어지려면 회사 내부 ERP 시스템에도 쇼핑몰 회원·주문 정보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교과서는 쇼핑몰 회원·주문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받아 별도 작업 없이도 ERP 시스템에 업로드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미트마스터몰은 예정대로 12월초 오픈됐다.

최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서옥화 디자인교과서 크리에이티브 총괄이사는 솔루션을 기반으로 추가 개발을 하며 쇼핑몰을 구축하는 방식의 장점으로 비용 절약과 개발 기간 단축을 꼽았다. 그는 "이커머스 업계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데 SI(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로 1~2년의 시간을 보내면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요 기능이 구현된 솔루션을 이용해 빠르게 개발하고 몰을 오픈하는 것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게도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의 축산몰 '라이블리'.(이미지=디자인교과서)

농협의 온라인 축산물 쇼핑몰 라이블리도 디자인교과서가 기존 솔루션을 기반으로 추가 개발을 진행한 사례다. 라이블리 몰은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B2C(기업·소비자간거래)몰이지만 사업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사업자몰 메뉴도 있다. B2C몰은 상품 카테고리가 일반적인 형태이지만 사업자몰은 상품의 진열 형태가 다르고 분류 기능이 다양하다. 때문에 범용화된 쇼핑몰 솔루션만으로는 농협이 요구한 B2C와 B2B(기업간거래)가 혼합된 형태의 단일 쇼핑몰을 구현하는데 제약이 따랐다. 이에 디자인교과서는 카페24 솔루션을 기반으로 추가 개발을 진행했고 2021년에 농협 라이블리의 사업자몰을 오픈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디자인교과서 사무실로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가 구현한 다른 쇼핑몰들을 보고 '카페24 솔루션으로 이런 화면과 기능 구현이 가능한가', '이런 기능을 구현하는데 얼마나 걸리나' 등의 문의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한창이었던 지난 2년간은 특히 쇼핑몰 작업 문의가 많았다.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든 최근에도 여전히 자사몰을 빠르게 구축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디자인교과서는 2014년 설립 이후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옥화 디자인교과서 크리에이티브 총괄이사가 최근 서울시 용산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디자인교과서)

디자인교과서는 서 이사와 자매인 서수정 대표가 함께 세운 회사다. 나란히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두 창업자들은 회사를 다니며 카페24의 디자인센터를 통해 쇼핑몰의 디자인 스킨을 판매했다. 스킨 판매량이 늘면서 회사와 병행하는 것이 어렵게 된 그들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이후 약 10년간 회사를 유지하며 쇼핑몰 구축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들이 창업 전에 발을 들였던 디자인센터를 통한 스킨 판매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커머스 사업 지망생들이 늘면서 온라인 몰에 적용할 디자인 스킨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덕분에 디자인 스킨의 판매는 디자인교과서의 재정에 쏠쏠한 도움이 되고 있다.

카페24 디자인센터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과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를 연결하는 직거래 플랫폼이다. 국내 최대 수준인 27만개의 쇼핑몰 디자인 스킨이 판매되고 있다.

서 이사는 디자인교과서가 보유한 차별점으로 디자인과 개발 역량을 모두 갖춘 점을 내세웠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품 데이터 및 ERP 등 내부 시스템과의 연동까지 책임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