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본선 못나갔지만”…중국은 왜 월드컵에 관심이 많을까?

조성원 2022. 1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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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정국이 카타르 가수와 카타르 월드컵 공식 주제가 드리머스(Dreamers)를 불렀다는 내용의 중국 매체<펑파이>보도(사진: <펑파이>캡처)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출전을 확정하자 관영 CCTV는 화면 가득 이런 자막을 채워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중국 축구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 문턱에서 좌절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다”는 내용의 CCTV 자막(사진: CCTV 캡처)


■ 본선 진출은 못했지만...중국도 월드컵 열기

하지만 중국에서도 지금 월드컵 열기가 대단합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이 열리던 순간, 중국 SNS 플랫폼 검색어 1위는 단연 월드컵 개막식이었습니다. 2위는 개막식 축하 공연을 한 BTS 정국의 이름, 전정국이었습니다.

중국인 수천 명이 경기 관람을 위해 카타르행 항공편을 예약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은 이달 11일 기준 중국에서 카타르로 가는 항공편 예약이 전년 대비 28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당일 중국 SNS 플랫폼 웨이보 인기 검색어 2위에 오른 BTS 정국의 이름 ‘전정국’. 1위는 ‘월드컵 개막식’(사진: 웨이보 캡처)


중국 관영 매체들도 카타르 월드컵 소식을 적극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방점이 좀 다릅니다. 월드컵 보도에서 흔히 보이는 주요 선수 소개, 경기 승부 예측, 카타르 소개 등이 아닙니다.

■ "카타르 월드컵 어디에서나 '중국 요소' 볼 수 있다"

카타르 현지 월드컵 기념품점(사진: CCTV 캡처)


중국 관영 CCTV 등이 가장 많이 전하는 월드컵 소식은 이번 월드컵에서 얼마나 많이 중국의 자취를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중국 매체들은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과 통신 네트워크 장비 구축, 버스 등 교통수단 제공에 중국 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적극 보도합니다.

이번 월드컵에 사용되는 유니폼, 응원용품, 기념품의 70%가 중국 저장성 이우시의 생산품이라고도 소개합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축구팀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못갔지만 '중국 요소'는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CCTV 등 관영매체들은 월드컵 관련 용품의 70%를 저장성 이우시에서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이우시 축구 관련 제품 공장(사진: CCTV 캡처)


중국 공공외교의 단골 손님도 도착했습니다. 판다 한쌍이 카타르 도하 인근 공원에 새 집을 얻어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중국이 월드컵 개막에 맞춰 카타르에 기증한 세살, 네살 판다 암수 한쌍은 중동의 첫 자이언트 판다입니다. 판다들을 위한 대나무도 쓰촨성에서 공수할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관영매체들은 중국과 카타르 우호의 상징이라고 한창 홍보 중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을 기념해 중국이 카타르에 기증한 판다. 15년간 카타르에 사는 것으로 양국이 계약했다. (사진: CCTV 캡처)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처럼 중국의 국력이 멀리 중동 카타르, 나아가 세계인의 축제에 깊이 각인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중국 기업들이 후원하는 총액이 13억 9천5백만 달러(약 1조 9천억 원)에 이른다고 전합니다. 미국 기업들보다 후원액이 많다고 굳이 소개한 매체도 있습니다.

■ 중국 매체, 카타르 월드컵 인권 논란 반박

중국 관영매체들이 월드컵과 관련해 주의 깊게 보도하는 또 다른 분야는 정치적 논란입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서방 언론들이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 권익과 여성 권리, 성소수자 차별을 비판적으로 보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 세력이 이념적 편견 때문에 인권을 내세워 정치 공작을 하고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을 선동한다"는 저우젠 카타르 주재 중국대사의 인터뷰를 소개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가 신장, 티베트, 홍콩 등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대해 중국 정부가 사실과 다르며 내정 간섭이라 반발하는 대목을 연상케 합니다. 이 역시 본선 무대에는 서지 못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인권 논란에도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에 중국 기업이 참여했다. (사진: CCTV 캡처)


끝으로 중국 매체들은 이번 월드컵을 미디어 산업 발전 측면에서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차이나 모바일 계열의 미구(Migu)와 한국에서 틱톡으로 알려진 더우인 (抖音) 플랫폼을 우선 주목합니다. 이들 스트리밍 기업들은 월드컵 생중계와 주문형 다시보기 권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VR(가상현실)과 5G(5세대 이동통신)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개념의 미디어 경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카타르 월드컵이 다양한 메타버스 시나리오를 적용해 전반적 품질을 시험하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페이스북이 '메타'로 변신해 메타버스 개념을 강조했지만 실적이 더딘 반면, 중국은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메타버스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소개했습니다.

■ 중국, 1978년 처음 방송으로 월드컵 접해...차세대 미디어 기술 교두보로 주목

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카타르 월드컵 관련 소식을 적극 보도하고 있다.(사진: CCTV 캡처)


중국인들은 1978년에야 처음으로 월드컵을 접했습니다. CCTV가 이때 처음 월드컵을 중계 방송했습니다. 미디어 산업에서 시작은 서구보다 여러 발 늦었음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과 산업 주도권만큼은 서구를 앞서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비록 본선 진출은 못했지만,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에 주목하는데는 이처럼 '월드컵' 이상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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