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vs해리스, 韓 경제엔 누가 더 나을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4. 10. 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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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호무역주의 달라지지 않을 것”
“두 후보 모두 韓에 ‘분담’ 요구할 수도”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47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은 11월5일이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가운데 한 명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단 5%를 차지하고 부가가치의 15%만을 창출한다. 더 이상 세계의 유일한 성장엔진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영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미 선거 결과에 대한 전망이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의 경제 공약을 비교해 보면 우선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 모두 자신이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중영합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팁에 대한 소득세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내놓았지만, 해리스 부통령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따라왔다. 의미가 별로 없는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다. 팁을 받는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에 해당한다. 대상자의 다수는 납세 의무 기준치를 밑도는 소득으로 인해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전혀 받지 못할 것이다.

유세 현장에서 두 후보는 모두 수많은 감세 조치를 약속했다. ​자녀 세금 공제 확대에 대한 약속도 금액만 다를 뿐 두 후보가 모두 내놓은 공약이다. 해리스는 자녀당 최대 3600달러, 신생아는 6000달러까지 세금 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했고, 트럼프는 자녀당 5000달러 공제를 약속했다.

(왼쪽)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2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윌리엄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월21일 미시간주 로열 오크에 있는 로열 오크 극장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AP 연합

"트럼프·해리스 공약, 생각보다 닮은 점 많아"

산업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 미국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해리스는 제조업 지원을 위한 1000억 달러 규모의 세액공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 업종에는 철강과 자동차 같은 전통 제조업까지 포함됐다. 사실 알고 보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트럼프가 주장했던 것과 같이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중산층 부흥에 초점을 맞춰왔다. 비슷한 정책들이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이름으로, 바이든 정부에서는 '노동자 중심의 무역 정책(Worker-Centered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누가 되든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 시절 높여 놓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집권 당시인 2019년 도입된 3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 대상 25% 관세를 대부분 유지했다. '전략적 표적 관세'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어떻게 포장하든 트럼프 정책의 계승이었다. 해리스도 이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 지금 대통령선거에 나선 두 후보는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국가 이익을 내세워 공식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다면 해리스는 노동이나 친환경이라는 조금 다른 명분도 내건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두 사람 다 자유무역주의자도 시장주의자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두 후보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과 지지 기반의 차이만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두 사람의 차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정책은 법인세에 대한 공약이다. 집권 당시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던 트럼프는 이번에는 추가로 15%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해리스는 오히려 세율을 28%로 높일 계획이다. 해리스는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통제 같은 이슈에서는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를 적극 지지해 바이든보다도 진보적 색채가 더 뚜렷하다. 무리한 가격 통제 정책이 시장 왜곡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실현되지 않은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이나 공공의료보험 확대도 해리스의 공약들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논리적으로 일관된 정책 방향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규제 개혁과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을 가진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주의 철학에서도 벗어나 있다. 하지만 보호주의에 대한 호감과 국가 이익은 트럼프가 가진 이념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다.

"누가 되든 무역장벽 높아질 것"

감세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관세율 인상이다. '어젠다(Agenda) 47'로 이름 붙여진 정책 모음집은 트럼프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지침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젠다 47'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보편적 관세'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일괄적으로 10%포인트를 더해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무역 상대국에 대한 10% 보편관세와 60%의 대중국 관세는 트럼프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 됐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시작되면 세계무역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리고 물가를 올려놓을 수 있지만 미국이 특별히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수출과 수입을 합친 대외 비중이 27%밖에 되지 않는 나라다. 전 세계 평균이 63%, 한국은 무려 97%인데 말이다. 특별히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 인상과 함께 최혜국 특혜 폐지까지 시행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두 후보의 공약이 선명하게 차이를 드러내는 또 다른 주제는 에너지와 환경 정책이다. 해리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방향이었던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는 다르다. 트럼프는 우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폈던 태양광 등 친환경 정책은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고, 연방정부 토지에서의 석유, 가스 시추 허가 절차는 완화할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북미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한 한국 기업에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이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공약의 실행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 되는 곳에 많은 보조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있고 테슬라의 머스크가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것도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무역과 투자의 규범을 정하는 데 있어 미국은 공정한 나라가 아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국가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쉽게 국제 규범과 책임을 무시한다. 이 점에서는 트럼프도 해리스도 다를 게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가 되든 장벽은 더 높아지고 요구는 더 많아질 것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흑자 관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대미 자동차 수출은 아무래도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의 주목을 받기 쉬워 보인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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