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코트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김천실내체육관은 단순한 홈 경기장이 아니라, 상대 팀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공간이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또 한 번 그 분위기를 증명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그리고 홈 12연승(지난 시즌 포함 15연승). 결과는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이었다. 이 한 경기로 도로공사는 ‘선두’라는 단어를 넘어 사실상 독주 체제에 들어갔다.

이날 승리의 의미는 단순히 승점 3점이 아니다. 승점 52점, 2위 현대건설과의 격차는 10점까지 벌어졌다. 정규리그가 아직 남아 있지만, 전반기를 이 정도 흐름으로 마무리한 팀은 드물다. 김종민 감독이 “아직 편해질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수치와 경기 내용은 이미 한 발짝 앞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경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강소휘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고, 1세트에서 모마의 공격 성공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1세트는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공격수 빅토리아 댄착에게 완전히 끌려갔다. 빅토리아는 1세트에만 12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50%를 훌쩍 넘겼고, 도로공사는 공격 성공률이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팀의 강점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2세트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김종민 감독은 과감하게 강소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김세인을 투입했다. 이 선택이 단순한 체력 안배가 아니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카드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세인은 많은 득점을 올리진 않았지만, 리시브와 수비에서 안정감을 가져오며 팀 전체의 공격 연결을 살려냈다.
그 사이 모마가 살아났다. 초반엔 막히고 부담을 안고 있던 공격이, 세트가 거듭될수록 날카로워졌다. 결국 모마는 31점을 올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선수 타나차 쑥솟이 17점으로 힘을 보탰고, 김세빈과 이지윤은 중앙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해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 팀이 왜 1위인지를 보여주는 조합이었다.

IBK기업은행의 고민은 명확해졌다. 빅토리아에게 공격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도 빅토리아는 32점을 올렸지만, 다른 쪽에서 충분한 지원이 나오지 않았다. 육서영은 17점을 기록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30% 아래로 떨어졌고, 외국인 선수 엘리사 킨켈라는 6점에 그쳤다. 승부처에서 공격 선택지가 줄어들자, 도로공사는 더 편하게 블로킹과 수비를 정리할 수 있었다.
경기 후 IBK기업은행 여오현 감독 대행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킨켈라는 훈련밖에 답이 없다.” 냉정하지만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짚은 표현이다. 한 선수의 기복이 팀 전술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고, 그 부담은 결국 빅토리아에게 쏠리고 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IBK기업은행의 상위권 도전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도로공사는 선택지가 많다. 모마가 막히면 타나차가 있고, 강소휘가 흔들리면 김세인이 있다. 중앙에서는 김세빈과 이지윤이 꾸준히 버텨준다. 김종민 감독이 말한 ‘분배’라는 단어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세터 이윤정은 경기 중에도 패턴을 바꿔가며 모마를 미끼로 쓰고, 반대쪽 공격을 살리는 운영을 이어갔다.

이제 시선은 5라운드로 향한다. 김종민 감독은 “5라운드까지 지금 흐름을 유지한다면 우승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겸손이 섞인 경계이자, 동시에 자신감의 표현이다. 올스타 브레이크는 이 팀에 휴식이자 정비의 시간이다. 감기로 떨어진 컨디션을 회복하고, 연결에서 나온 미스를 줄인다면 후반기는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규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지금의 한국도로공사는 단순히 ‘1위인 팀’이 아니라, 경기를 관리할 줄 아는 팀이 됐다는 점이다. 홈 12연승, 승점 10점 차 선두. 이 숫자들은 우연이 아니다. 전반기를 이렇게 마무리한 팀이, 후반기에도 쉽게 흔들릴 것이라 보긴 어렵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이 독주를 누가, 언제,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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