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감독 왜 김영웅에게 번트 지시했나…2박3일 서스펜디드 게임, 삼성-KIA 운명 바꿨다
[스포티비뉴스=광주, 최민우 기자]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번트를 댔는데 작전이 실패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1-5로 패했다. 21일 우천으로 인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6회초 무사 1,2루 삼성의 공격으로 경기가 개시됐는데, 삼성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이후 KIA에 폭투로만 2점을 헌납하는 등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기세가 꺾인 후 곧바로 치른 2차전에서도 삼성은 KIA에 3-8로 무너졌다. 사상 초유의 ‘2박3일’로 치러진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삼성은 2연패를 당했다.
1차전 6회초 무사 1,2루 때 삼성은 김영웅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21일 경기에서 김영웅은 장현식에게 초구 볼을 골라냈는데, 23일에는 바뀐 투수 전상현을 상대했다. 그리고 김영웅은 전상현이 던진 135km짜리 슬라이더에 배트를 헛쳤다. 1볼 1스트라이크 때 삼성은 김영웅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김영웅은 전상현의 3구째 138km짜리 슬라이더에 번트를 시도했다.
그런데 김영웅의 번트 타구가 KIA 포수 김태군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김태군은 공을 집어든 후 곧바로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 르윈 디아즈를 아웃 처리했다. 김영웅의 타격 능력을 생각하면 강공을 택할 수 있었지만, 삼성의 선택은 번트였다. 김영웅은 올 시즌 홈런 28개를 쳐냈다. 또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올해 김영웅의 득점권 타율은 0.310(116타수 36안타)에 달한다. 홈런도 8개를 쳤다. 정규시즌 때는 번트를 단 한 번 시도해 성공시켰다.
번트를 대지 않았던, 대신 찬스 때 호쾌한 한 방을 터뜨려준 김영웅은 한국시리즈 1차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번트 실패를 범했다. 삼성은 이후 박병호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윤정빈이 볼넷을 골라내 만루 찬스를 잡았어도 이재현이 투수 앞 땅볼로 잡혀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이닝을 종료했다.
6회초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여파는 컸다. 분위기가 조금씩 KIA쪽으로 흘러갔고, 삼성은 7회말 2사 2,3루 때 임창민이 박찬호 타석 때 폭투로 점수를 내줬다. 계속해서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상대할 때 다시 폭투로 1점을 헌납했다. 플레이오프 때 활약했던 김윤수를 황급히 투입했으나 김도영에게 1타점 좌전 안타를 맞고 말았다. 삼성은 8회말 다시 김태군에게 1타점 2루타를 맞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1차전 패배 여파는 2차전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삼성은 선발 투수 황동재가 ⅔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실점으로 부진한 가운데, 타선도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무너졌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KIA에 3-8로 패했다. 역대 7전 4승제로 치러진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90%(20차례 중 18번)에 달한다. 삼성이 우승하려면 10%의 확률에 도전해야 한다.
삼성은 1차전 6회초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진만 감독은 왜 김영웅에게 번트를 지시했을까. 박진만 감독은 “(서스펜디드 게임이라) 경기 초반도 아니고 중후반이었다.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번트를 잘 대서 2,3루 찬스를 만들면 추가점 낼 수 있다고 봤다. 확률 싸움을 걸어봤는데 작전이 실패했다. 야구라는 종목은 높은 확률을 걸어야 한다. 추가점을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추가점을 낼 수 있는 찬스를 만들기 위해 번트를 지시했다고 했다.
1차전 패배 여파가 2차전까지 이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진만 감독은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KIA에 맞아서 역전 당한 게 아니다. 2아웃 잡고 폭투로 점수를 줬다. 분위기를 뺏겼다. 2차전에도 이어졌다. 이겨내지 못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스펜디드 게임은 삼성에 악재였지만, KIA에는 호재였다. 이범호 감독은 “고민을 정말 오래했다. 왼손 투수를 한 명 쓸까도 생각했다. 상대가 강공을 할지 번트를 할지 고민이었다. 비로 하루 경기가 연기되면서 더 고민했다. 우리 필승조 중에 가장 공이 좋은 투수가 누굴 지 고민했다. 마무리 투수인 정해영을 제외하고 다 고민했다. 정공법을 택했다. 구위만 믿고 전상현을 올렸다. 전상현이 잘 막아서 1차전 이겨서 2차전도 조금 더 쉽게 운영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장현식과 김영웅이 승부를 할 땐 삼성이 강공을 택하더라. 번트가 나오면 대주고 1점을 내주겠다는 생각했다. 강공이 나오면 점수 안주고 싶었다. 기습 번트가 나왔는데 잘 잡아냈다. 그 상황을 끊어낼 수 있었다. 번트일지 강공일지 정말 고민이었다”며 번트를 잘 처리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광주에서 2연패를 당한 삼성은 대구로 장소를 옮겨 반격을 노린다. 박진만 감독은 “광주에서 1승 1패를 생각했다. 잘 쉬고 재정비 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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