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조 투쟁 응원하러 파리서 왔어요"

조해람 기자 2022. 9. 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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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집회 나선 프랑스노총 노조원·임종린 지회장
임종린 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왼쪽 두번째)과 최유경 수석부지회장(맨 왼쪽), 파비엔 후시 프랑스노총 기후특위 위원·프랑스은행노조 대표(왼쪽 세번째), 실뱅 골드슈타인 프랑스노총 국제국 아시아 책임자가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대담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6월 프랑스서 ‘파리바게뜨 노동탄압 규탄 집회’ 이후 방한
“양국, 소규모 사업장 노동 상황 닮아…여성노동자 문제도 공감”

지난 6월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바게뜨 파리 2호점에서 일군의 프랑스인들이 ‘파리바게뜨 노동탄압 규탄’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의 유력 전국단위노조연맹인 프랑스노총(CGT) 소속 노조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일어난 파리바게뜨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항의했다.

‘파리 시위’로부터 113일이 흐른 지난 27일 오전 11시, 당시 시위를 조직했던 실뱅 골드슈타인 CGT 국제국 아시아책임자는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앞을 찾았다. 파리바게뜨 측에 휴게시간과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53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임종린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본사 앞 농성텐트에서 그를 맞이했다.

“파리바게뜨가 이미지를 따온 나라고, 노조활동도 많이 발달한 나라잖아요. 그런 나라에서 연대해줘서 저뿐 아니라 조합원들이 모두 고마워했어요.” 임 지회장이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넸다. 임 지회장과 골드슈타인은 이날 SPC 본사 앞 농성장에서 기자와 대담을 진행했다. 최유경 수석부지회장과 파비엔 루시 CGT 기후특위 위원도 참여했다.

골드슈타인은 프랑스 파리 도심에 매장을 둔 업체가 한국에서 노조를 탄압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집회를 열었다고 했다.

그는 “파리 매장 집회 때 현지 파리바게뜨 CEO(최고경영자)가 ‘나는 프랑스법을 잘 따르고 있다’며 항의했지만, 파리바게뜨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면 파리바게뜨가 한국에서 저지른 노조탄압 등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노총에 국제연대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도 했다.

프랑스노총이 단순히 지구 반대편 한국의 노동문제만으로 책임을 요구한 건 아니다. 파비엔 루시는 파리바게뜨노조의 투쟁에서 같은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의 프랑스 맥도날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떠올랐다. 당시 맥도날드가 노조와 교섭을 거부하자 프랑스노총은 투쟁과 소송으로 맞섰다. 결국 사측은 기존의 횡령 건까지 더해 약 5억유로(약 685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사회적 합의 문화와 노동권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노동 문제는 꾸준히 일어난다. 특히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웬만한 사업장에는 노조와 경영진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10인 이하 사업장은 예외다. 골드슈타인은 “그들은 모든 사안을 바깥에서 데모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임 지회장은 “한국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이유로 투쟁하는 건 비슷하다”며 공감했다.

임 지회장이 투쟁에 나선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이 ‘사회적 합의’ 문제였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사측이 2018년 1월 여러 정당 등과 함께 맺은 사회적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투쟁에 나섰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직고용을 양보했는데도 임금과 노동환경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SPC는 합의 내용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한다.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 문제도 대화 주제로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청년 여성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 임신노동자의 노동시간 등 모성보호가 주요 문제가 됐다. 골드슈타인은 “프랑스는 모성보호나 여성노동자 권리는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법적인 최저요건으로 보장돼 있다”고 했다.

한국 시민사회가 1인시위·불매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으로 연대한 점은 프랑스노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루시는 “많은 한국 시민들의 연대를 보고 프랑스에서도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프랑스 매장이 많지 않아 보이콧은 효과적이지 않을 거 같다. 파리바게뜨가 한국에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임 지회장은 “불매운동도 투쟁에 도움이 됐지만, 가장 중요한 건 회사 스스로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깨닫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 탈퇴 종용 등으로 관계자들이 기소의견 송치까지 됐던 ‘노조 탄압’을 두고는 분노가 모였다. 골드슈타인은 “노조에 대한 공격은 그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임 지회장은 “2017년 처음 투쟁 때 경쟁 브랜드도 노동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를 보고) 노조가 생길 걸 우려해서 근로조건을 맞춰주더라”라며 “우리의 싸움이지만 업계 노동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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