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나는 할 만큼 다했다” 김민기 영면… 설경구·황정민 등 눈물로 작별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거인 김민기(73)가 영면에 들었다.
24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마친 뒤 고인은 인근 대학로 옛 ‘학전’(아르코꿈밭극장)을 마지막으로 들렀다. 김민기가 33년 동안 ‘뒷것’을 자처하며 후배 문화예술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상징이 됐던 공간이다. 극장 마당에는 고인과 인연이 깊은 배우 설경구와 황정민, 장현성, 최덕문, 가수 박학기 등 학전 출신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지인을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시민들이 미리 와서 고인을 맞았다. 운구차가 보이자 여기저기에서 울음이 터졌다.

하늘도 슬펐는지 많은 비를 뿌렸고, 운구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추모객들은 눈물로 배웅했다. 일부는 “선생님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외쳤다.
색소포니스트 이인권씨가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자 주위는 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해온 고인은 최근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지난 21일 세상과 작별했다. 세상을 떠나기 3~4개월 전부터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91년 3월 학전을 설립해 라이브 콘서트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앞으로 나서지 않고 ‘배울 학(學), 밭 전(田)’이란 뜻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를 키우는 못자리 역할에 충실했다. 가난한 예술인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료와 수익금을 투명하게 챙겨준 일화도 유명하다. 재정난에 시달렸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좋은 공연이 필요하다며 수준 높은 어린이 극을 계속 선보였다. 경영 악화와 김민기의 투병으로 지난 3월 폐관한 학전은 고인의 뜻을 존중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난 삶을 살다 간 그가 하늘에서 분단된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도 지을 것 같다. 유해는 천안공원묘원에 봉안됐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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