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판 '왕좌의 게임'이 남긴 상처… 팬심 잡은 '불꽃' 법리에 갇히다

[스탠딩아웃]= 한국 야구 예능의 부흥을 이끌었던 JTBC '최강야구'와 유튜브의 '불꽃야구'가 법정 공방과 흥행 부진이라는 진흙탕 싸움 끝에 동반 침몰하고 있다.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종영을 넘어, 제작진과 플랫폼 간의 정통성 전쟁이 콘텐츠 생태계 자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태의 발단은 ‘원조’를 향한 팬심의 대이동이었다. 팬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방송국보다, 시즌 1부터 피와 땀을 흘린 제작진과 선수들이 뭉친 ‘불꽃야구’를 진정한 후계자로 점찍었다. 실제로 JTBC가 새 진용으로 꾸린 ‘최강야구’ 2025 시즌이 0%대 시청률로 고전하는 사이, ‘불꽃야구’는 압도적인 화제성을 기록하며 팬심의 향방을 입증했다.

© JTBC. C1

하지만 ‘불꽃야구’의 발목을 잡은 건 법이라는 현실적인 벽이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제60 민사부는 제작사 스튜디오 C1의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JTBC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불꽃야구’가 제목만 다를 뿐, 사실상 ‘최강야구’가 쌓아온 명성과 고객 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분쟁의 법적 핵심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적용 여부다. 이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원은 스튜디오 C1이 ‘최강야구’의 인적·물적 구성을 그대로 이식해 유사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JTBC의 기업 자산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제작진은 리얼리티 야구라는 포맷 자체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아이디어’라고 맞서고 있다.

© 불꽃야구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법리적으로는 JTBC가 승기를 잡았으나, 콘텐츠 시장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팬들은 "껍데기만 남은 방송국과 법에 묶인 제작진의 싸움에 피로감만 느낀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결국 자존심을 건 정통성 싸움이 야구 예능이라는 블루오션 전체를 황무지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제 모든 시선은 오는 5월 예정된 본안 소송으로 향한다. 양측이 직접 포맷의 유사성을 비교·시연하는 기술 변론 결과에 따라 향후 스포츠 콘텐츠 제작의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재편될 전망이다. 법의 잣대가 창작자의 자유와 플랫폼의 권리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에 따라,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였던 베테랑 선수들의 마지막 승부가 연장전으로 이어질지 혹은 이대로 콜드게임으로 종료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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