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너자2’ 성공과 한한령[뉴스와 시각]

박세희 기자 2025. 2.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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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둥글게 묶어 올린 머리와 짙은 다크서클, 반항기 넘치는 표정의 소년 '너자'(哪咤). 최근 중국은 그에게 푹 빠졌다.

최근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1위를 달성한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악마소년의 바다 소동'(哪咤之魔童鬧海) 이야기다.

이렇게 영화 '너자2'는 최근 화제의 중심인 인공지능(AI) 회사 '딥시크'와 함께 중국이 자국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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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양쪽으로 둥글게 묶어 올린 머리와 짙은 다크서클, 반항기 넘치는 표정의 소년 ‘너자’(哪咤). 최근 중국은 그에게 푹 빠졌다. ‘너자앓이’(哪咤熱)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1위를 달성한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악마소년의 바다 소동’(哪咤之魔童鬧海) 이야기다.

지난달 29일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나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 속 영웅신 너자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2019년 개봉한 1편 ‘너자, 악동의 탄생’(哪咤之魔童降世)의 후속편이다. ‘어둠의 마왕’이라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너자가 운명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1편에 담겼고, 2편에서는 하늘의 재앙으로 영혼만 남은 너자가 육신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자2’의 성과는 놀랍다. 중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2억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지난해 개봉한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를 제치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현재 추세로 볼 때 ‘너자2’의 누적 매출액은 160억 위안(약 3조1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면 전 세계 영화 흥행 순위 4위인 ‘타이타닉’과 비슷한 성적을 내게 된다.

특히, 중국 내에선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의 부진을 함께 거론하며 미국 중심의 영웅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식의 리뷰가 나오고 있다. 영화 속 몇몇 장면에 미국과 중국 간 벌어지는 패권 다툼에 대한 은유가 녹아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영화 속 천상계의 심장부인 ‘옥허궁’(玉虛宮)이 펜타곤의 모습과 닮은 점, 달러($) 기호를 닮은 패턴이 곳곳에 등장하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영화 ‘너자2’는 최근 화제의 중심인 인공지능(AI) 회사 ‘딥시크’와 함께 중국이 자국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콘텐츠를 대할 때 관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너자2’는 여기에서 성공했다. 중국 콘텐츠라 할 때 흔히 평가절하되는 ‘서사’가 탄탄하고, 화려한 시각효과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급류를 묘사하는 장면,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 등은 고난도의 특수효과 기술을 요구하는데 ‘너자2’는 이를 거뜬히 해낸다. 여기엔 중국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인 ‘인해전술’이 들어갔다. ‘너자2’ 제작에만 모두 138곳의 중국 애니메이션 회사가 참여했으며 40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렇게 구현해낸 특수효과 장면만 1900개가 넘는다. 양이 질을 만들어 냈다.

올가을 경북 경주에서 열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올 상반기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해제하리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 비해 우리의 것이 질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이 한한령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엔 ‘믿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박세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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