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관광비자로 오면 되잖아"..대표적 가짜뉴스[팩트체크]

유동주 기자 2024. 9.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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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가수 유승준의 비자 신청을 주LA총영사관이 다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주LA총영사관이 유승준의 F-4(재외동포체류)비자 신청을 거부한 이후 이번이 벌써 세번째 소송 개시다.

주LA총영사관은 지난 6월 18일자로 유승준이 지난 2월 신청했던 사증(비자)발급에 대해 거부처분 통보를 했다. 앞서 비자발급거부 취소 소송에서 두 차례나 대법원에서 승소했던 유승준은 이번 총영사관의 처분에 불복하고 이번달 중순에 다시 소를 제기했다.

앞서 8번의 법원 판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유승준이 지난해 11월말 승소했다. 하지만 LA영사관과 법무부는 법원 결론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새로운 행정소송을 계기로 유승준 관련 뉴스가 다시 쏟아지면서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유승준이 한국에 오고 싶다면 관광비자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재외동포를 위한 혜택이 많은 F-4 비자로 오려는 것이라는 비난이다. 가짜뉴스는 유승준이 취업활동 등 경제적인 각종 혜택을 받고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비자를 신청해 입국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승준이 관광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단 건 명백히 '가짜뉴스'다.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과거 유승준의 입국 시도 논란이 있을 때마다 아무 근거없이 반복돼왔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최초 출처는 수년 전 한 유튜버의 방송 내용이다. 이 유튜버는 △관광비자 가능설 △미국 세금회피용 국내 활동설까지 최근까지 통용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한 사실처럼 퍼뜨린 주범이다.

'미국인'은 '관광비자'도 'K-ETA'도 필요 없는데…'관광비자 신청해라'가 왜 나와?

미국, 일본, 호주 등 48개국은 무비자 입국허가 대상국가로 지정돼 있다. 이들 국가 여권을 소지한 이들은 한국 입국시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나라별로 최소 30일(카타르 등), 90일(미국, 일본 등), 6개월(캐나다)로 구분돼 있다. /자료=법무부 홈피

우리나라와 미국은 상호주의로 무비자입국이 가능하다. 미국도 2008년 11월부터 한국을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시켜 ESTA허가만 받으면 한국인은 90일간 관광 및 상용목적으로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미국인도 무비자로 관광 및 상용목적으로 '90일간의 단기 체류'로는 한국 입국이 언제든 가능하다. 코로나 기간인 2021년 9월부터 미국의 ESTA와 유사한 K-ETA(전자여행허가제도)를 한국도 시작했지만, 미국은 한시면제 국가여서 K-ETA 신청도 불필요하다.

따라서 2024년 9월 현재, 미국인에겐 '관광비자'라는 건 '90일 이내의 체류시'엔 별도로 필요없다. 90일을 넘는 체류기간이 필요한 경우에만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미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국적 취득 직후인 2월, 미국 여권으로 '90일간의 무비자 단기 체류'를 이용해 비자신청 없이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당시 병무청장은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를 받고 출국 한 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한 유승준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달라'며 사실상 '괘씸죄'를 적용해달라고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제4호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해석해 '입국금지결정'을 했다. 이는 법무부 내부 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돼 2024년 현재까지 무려 22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에 의한 '입국금지'가 풀리지 않는 한 유승준은 입국이 불가능하다. 유승준은 미국에서 무비자로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는 있다. 하지만 인천 도착시에 법무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

F-4 비자 신청을 둘러싼 그간의 과정은 유승준이 법적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방법의 하나 일 뿐이다. 재외동포인 유승준은 다른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체류허가를 미리 얻을 때 당연히 F-4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유학이나 다른 취업비자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면 그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론 F-4 비자 신청이 정상적인 절차다.

유승준에 대한 입국거부는 사실상 '비자'의 문제가 아니라 '입국금지' 철회가 핵심이다. 법무부는 2003년 '장인상(喪)'을 당한 유승준에 대해 3일간 특별히 입국을 허락했던 때를 제외하곤 입국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관광비자 입국가능설'은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유승준 비난만을 위해 만들어진 유튜브발 가짜뉴스다.

F-4비자로 '영리활동'해서 '미국 세금' 회피하려고 한다?…불가능!
유승준이 미국에서 버는 수입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피하는 방법으로 한국 입국 뒤 절세를 하려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중과세를 피하면서 미국의 '해외금융계좌신고법 (FACTA·미국 국적자가 해외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을 둔 경우 미국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함)'을 피할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엉터리 '관광비자설'을 퍼뜨린 유튜버가 내놓은 가짜뉴스다.

세무사 출신의 전홍근 변호사는 "국내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미국에선 세금이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면 미국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낼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승준 같은 외국인은 183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면 국내법에 의해 납세의무를 지게되고 183일 이하로 일시적으로 있다면 미국에 세금을 내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도 한 쪽의 세금을 내는 방법으로 다른 곳에서 탈세하는 방법은 없다"고 전 변호사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유승준이 한국이 들어와 영리활동을 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세금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현재 상태보다 더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세법은 미국인의 해외소득을 미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외국에 납부한 세금은 공제해준다. 물론 미국은 외국과의 세율 차이만큼 추가 세수입을 갖는다. 따라서 유승준처럼 해외 활동을 하는 연예인은 세금을 중국 등 해외와 미국에 나눠낼 뿐이고 전체 세금을 줄이지는 못한다. 한국에서 활동을 추가로 할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칸영화제에 참석한 유승준 /사진=전형화
재외동포는 F-4비자 신청하는게 정상 절차…유학이나 투자 등 별도 목적 없으면 F-4로 신청해야

유승준에게 재외동포에게 주는 F-4외에 다른 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재외동포 신분인 유승준이 다른 '특별한' 방문 목적이 있지 않는 한 F-4비자를 신청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출입국업무 전문가인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재외동포를 위한 F-4외엔 유학비자나 투자비자 정도를 고려할 수 있지만 유학이나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닌 이상 현재 유승준의 상황에 맞는 비자는 F-4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승준에게 F-4비자를 줘도 '영리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배 변호사는 "비자발급에 있어 조건부라는 건 없다"며 "유승준 스스로 국내 대학원 등에 진학하면서 유학비자를 신청하거나 거액의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투자비자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는 한 재외동포에게 주는 F-4비자를 신청한 유승준에게 영리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을 걸 순 없다"고 설명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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