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이 따뜻해질 무렵 재래시장에 가면 짧고 통통한 새순이 한쪽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맛 때문에 기다렸다는 듯 장바구니에 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며칠 미루다 보면 잎이 활짝 펴고 줄기가 억세져, 처음 맛보던 부드러운 식감은 금세 사라집니다. 냉동 제품으로는 사계절 만날 수 있어도 갓 돋은 새순의 향은 오직 봄에만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철 지나기 전에 챙겨 먹는 대표 제철 나물은 바로 두릅입니다.

두릅은 두릅나무에서 막 돋아난 어린순으로, 주로 4월과 5월에 제철을 맞습니다. 정부의 제철 식품 자료에서도 두릅은 섬유질과 칼슘·철분·비타민 등을 함유한 봄나물로 소개됩니다. 몸통이 굵으면서 순이 연하고, 잎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것이 식감과 향을 즐기기 좋습니다. 반대로 줄기가 지나치게 길고 잎이 크게 벌어진 두릅은 질기고 쓴맛이 강할 수 있습니다. 일 년 내내 먹는 채소와 달리 짧은 시기에 돋은 어린 조직을 먹는다는 점이 두릅의 특별함입니다.

두릅을 씹으면 어린 줄기와 잎의 섬유질이 잘게 부서지며 소화기관으로 내려갑니다. 소화되지 않은 섬유질 일부는 물을 머금고 장 내용물의 부피를 더해 배변이 원활한 식사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칼슘과 철분을 비롯한 무기질은 소화 과정에서 분리된 뒤 장에서 흡수돼 뼈와 혈액, 근육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유의 향과 쌉싸래한 맛은 겨우내 기름지고 짠 음식에 익숙해진 입맛을 채소 쪽으로 돌려놓기에도 좋습니다. 두릅이 봄철 피로를 단번에 없애는 약은 아니지만, 부족했던 채소를 식탁으로 불러오는 계기는 될 수 있습니다.

두릅은 밑동의 단단한 목질 부분을 잘라내고 줄기에 붙은 거친 껍질과 가시를 정리한 뒤 조리해야 합니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아주 조금 넣고 밑동부터 담가 전체가 부드러워질 정도로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면 쓴맛을 줄일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안전 관련 안내에서도 두릅을 포함한 일부 산나물은 생으로 먹기보다 충분히 데쳐 섭취하도록 권합니다. 데친 두릅은 초장에 살짝 찍어 먹거나 두부·소고기와 말아 구우면 단백질까지 갖춘 반찬이 됩니다. 다만 초장과 간장에 푹 담그면 향긋한 나물보다 당과 나트륨을 더 많이 먹게 되므로 양념은 끝부분에만 묻히는 편이 좋습니다.

봄 산에서 직접 뜯은 새순이라고 모두 두릅인 것은 아닙니다. 식용 식물과 모양이 비슷한 야생식물을 잘못 채취할 수 있으므로 정확히 구별하지 못한다면 검증된 판매처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두릅을 생으로 무치거나 녹즙처럼 많은 양을 갈아 마시는 방법도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데친 두릅은 물기를 제거해 냉장 보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먹으며, 오래 둘 경우 한 번 먹을 양으로 나눠 냉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콩팥병으로 칼륨을 제한받거나 특정 식사 처방을 받은 사람은 제철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섭취량을 임의로 늘리지 말아야 합니다.

두릅의 가치는 어떤 질병을 막아 주는 신비한 성분보다 짧은 봄을 식탁에서 온전히 맛보게 해 준다는 데 있습니다. 부드러운 새순을 살짝 데쳐 천천히 씹으면 겨우내 무거웠던 밥상에도 초록빛 여백이 생깁니다. 튀김으로 수북하게 먹기보다 싱겁게 데친 두릅 몇 줄기를 두부나 생선과 함께 곁들이는 방식이 좋습니다. 제철은 기다려 주는 듯하다가도 잎이 펴지는 순간 빠르게 지나가 버립니다. 올해 봄 시장에서 연한 두릅을 만난다면 미루지 말고 한 접시 준비해, 계절의 향과 가족의 건강을 함께 식탁에 올려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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