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시 최대 30억원을 수령할 수 있는 암보험이 등장하자 업계에서 상품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그동안 손해보험업계에서 경쟁적으로 판매해온 여러 번 보장하는 암보험 상품 중 보장액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에서 판매 중인 '메리츠 또 걸려도 또 받는 암보험(또또암)'을 통해 암 진단금으로 30억원까지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암진단비를 30억원까지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암에 30회 걸려야 이 정도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보험영업을 한 베테랑 설계사에 따르면 1000명이 넘는 고객 중 암 진단금을 3회 이상 받은 고객을 본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암보험 시장에서 더이상 색다른 상품을 출시하기 어려워지며 회사에 관계없이 비슷한 상품 구조로 수렴하고 있다"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숫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일종의 눈속임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5개로 그룹핑돼 있을 때 동일한 그룹의 암에 또 걸리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며 "암분류를 30개로 했을 때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진단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진단금을 받을 확률이 높아져 고객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암 기왕력(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이 있는 사람이 이 보험에 가입할 경우 또 다른 이유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들이 암에 걸렸을 경우 발병 부위에 따라 처음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원발암, 전이돼 발생한 것으로 보는 전이암 등 종류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암 생존율이 높아지며 암 유병력자도 그만큼 늘었다. 실제로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71.5%에 달했다. 여기에 전이암 발생률이 46.6%로 전이암도 이제 특이한 건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또또암에 탑재된 통합암 진단비의 경우 전이암이 해당하지 않아 실제 보상을 청구할 때 원발암인지 전이암인지 명확히 구분짓지 않은 소견서나 진단서일 경우 보험금 규모를 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또암 약관을 살펴보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지침서의 '사망 및 질병이환의 분류번호부여를 위한 선정준칙과 지침'에 따라 C77~C80(불명확한,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일차성 악성신생물(암)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원발부위(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C16(위의 악성신생물)이 뇌로 전이돼 C79.3(뇌 및 뇌막의 이차성 악성신생물)로 진단된 경우에도 C16(위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본다는 것이다.
또또암에는 통합암 진단비 외에 별도로 통합 전이암 보장을 탑재, 2000만원씩 4회 보장한다는 조건이 있다. 이는 통합암 진단비와 같은 수준을 기대하는 고객이 전이암 판정을 받았을 경우 수령한 보험금에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 GA 지사장은 "설계사의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 자료에는 전이암 발병 시 통합암 진단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유의사항을 보기 어려웠다"며 "이는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고객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라 간과했다가는 민원의 소지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또또암은 지난해 10월 처음 출시한 상품으로 암을 5년 상대생존률, 회사 암 보험금 청구 비율 등을 고려해 암 진단비를 구분한 점을 내세우며 배타적사용권 3개월을 부여받기도 했다.
개발 당시에는 △특정소액암진단비 △특정소화기암진단비 △15대특정암진단비 △10대특정암진단비 △4대고액암진단비 등 5종류로만 구분해서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고 경쟁사에서 유사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암을 더욱 세분화하고 보장금액을 키운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메리츠화재는 타사 경쟁 상품보다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꾸준히 또또암을 개정, 지난 달부터는 암 분류를 30가지로 대폭 세분화했다. 만약 암 진단비 1억원을 가입할 경우 이론적으로 30억원까지 수령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달에는 기존 보험에 추가로 가입하려는 고객을 겨냥해 연만기(갱신형) 상품에 한해 최저 보험료 한도를 없애 1만원 이하에서도 가입 가능하도록 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