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어느 날, 고요한 시골길을 걷는 상상을 해보세요.바람에 실려 오는 나뭇잎 소리,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냄새, 그리고 고택 사이로 흘러가는 옛 이야기들.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날, 한국의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으로의 여행은 어떨까요?


고택의 정취가 살아있는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안동 시내에서 차로 3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해, 전통 한옥마을의 원형이 잘 보존된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이곳은 풍산 류씨가 60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으로, 옛 선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 그리고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길이 매력적이에요.
마을 한가운데를 휘감듯 흐르는 낙동강과, 부용대 절벽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 같죠.봄이면 매화와 벚꽃이 어우러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골목길마다 물들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비 정신이 깃든 도산서원
하회마을에서 북쪽으로 20여 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 바로 도산서원입니다.이곳은 조선 성리학의 거목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어요.
서원의 입구를 지나면 고즈넉한 담장이 둘러진 공간 속에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차례차례 나타납니다.도산서당, 전교당, 상덕사를 차례로 둘러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 했던 선비의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산세에 기대어 지어진 이 공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인문학 서재처럼 느껴졌고,소란스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사유(思惟)와 쉼을 되찾기에 참 좋은 장소였습니다.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여행지에서 느낀 평화
이 여행은 그저 ‘관광’이 아니라, 한 걸음 멈춰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듬는 시간이었어요.하회마을의 골목을 걷다가 흙내음에 물든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도산서원 마당에서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삶이 빠르게 흘러갈수록, 이렇게 한 템포 천천히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2025년 4월 기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은 모두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각각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요.하회마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도산서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하며, 주차장도 여유롭게 마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