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연준·재무부까지 총력전… “3월 빅스텝 가능성 제로”

김신영 기자 2023. 3.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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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리먼사태 없다’ 금융위기 조기 차단
3월 회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급한불 껐지만 추가 은행 파산 우려도”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후 이틀만인 12일 미 연방준비제도와 재무부가 "모든 예금에 대한 지급을 보장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7일 미 의회에 출석했을 당시 파월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 금융 당국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뱅크런으로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예금을 전액 보장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인플레이션에서 ‘제2의 리먼 사태’로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저돌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온 연준이 돌연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소방수’로 역할을 바꾸면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산 후 이틀 만에 “연준이 자금 지원”

스타트업과 IT(정보기술) 기업 특화 은행인 SVB가 파산한 후 연준과 재무부가 모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8시간에 불과했다. 금요일 파산 발표, 주말 사이 대책 마련 후 일요일이 끝나기 전 조치가 발표될 정도로 모든 절차가 긴박하게 진행됐다.

3월 22일 연준이 빅스텝 밟을 확률 어떻게 변해왔나

캘리포니아 금융 당국이 SVB 폐쇄를 발표한 지 이틀 뒤인 12일(현지 시각) 오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여러 금융 개혁이 단행됐으며 투자자와 은행 소유주에 대한 구제 금융은 다시 없다. 하지만 예금자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고 그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힘쓰는 중”이라고 했다. 옐런 장관 발언 후 약 9시간 뒤인 이날 오후 7시쯤 뉴욕 금융 당국은 SVB와 비슷한 자금난·뱅크런을 겪은 뉴욕의 가상자산 특화 은행 시그니처은행의 폐쇄를 결정한다고 밝혔고, “연준이 재무부의 지원을 받아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증한다”는 발표가 잇달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속적인 은행 폐쇄가 발표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방치할 경우 불안이 빠르게 번져 다른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부는 동시에 SVB를 인수할 은행을 물색하는 절차에도 착수했는데, 1차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 및 재무부가 접촉한 다른 금융사들 모두 SVB 매수 의사를 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3월 빅스텝 가능성 ‘제로’로… ‘동결’ 전망까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BIS(국제결제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은행 연쇄 파산이 미국, 나아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위험을 차단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2008년 9월 연준과 재무부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사실상 용인해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파만파 확산했다는 비난을 받았는데, 이처럼 ‘초기 진화’에 실패해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을 급히 차단했다는 측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연설에서 “지난 며칠 동안 행정부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고, 필요할 때 예금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불안감 진화에 나섰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증시가 오히려 오르고 환율이 하락한 것이다. /뉴스1

‘급한 불’을 일단은 껐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치 못한 다른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또 다른 실리콘밸리의 중소 은행 퍼스트리퍼블릭도 자금난으로 파산 직전까지 갔다가 JP모건과 연준의 지원으로 12일 폐쇄 위기를 간신히 넘기는 등 은행의 ‘도미노 파산’ 우려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캐피털알파파트너의 이언 캐츠 연구원은 FT에 “SVB 사태는 금융 규제가 모든 위험을 충분히 예방하기엔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방치한 데 대한 책임 공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억제에 총력을 다해온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으로도 눈을 돌리면서 시장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와 고용시장 과열이 쉽게 꺾이지 않아 연준이 다음 회의(3월 21~22일) 때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 가능성이 작아진 것이다. 채권 유통 금리를 통해 연준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이 내다본 빅스텝 가능성은 지난 8일 79%까지 올라갔지만 12일 ‘제로(0%)’로 곤두박질쳤다. 나아가 연준이 이번 회의 때 기준금리를 아예 동결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VB 사태로) 금융 부문에 가해진 스트레스에 비춰 볼 때 오는 22일 연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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