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주로 WBC 야구 대표팀의 평가전을 관전하면서 우리 팀이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을 상대하는 KBO리그 팀들의 준비 상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각 팀마다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한 시즌을 잘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곳 오키나와에서 경기 관전과 함께 중계방송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각국 전력 분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솔직히 이번 대회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프리미어 12의 우승을 통해서 대만 야구도 한 단계 도약했고, 한 경기만 놓고 보면 호주도 만만치 않습니다. 호주에서 캠프를 차린 KBO 팀들이 호주 리그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른 영상도 확인했는데, 아무리 우리는 캠프 초반이고 호주 리그는 시즌 중이라고 해도 호주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대회를 떠올리더라도 우리가 WBC 1차전에서 호주에게 그렇게 타격전 끝에 패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와 대만, 그리고 호주가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일본도 조별 라운드 전승을 하지 못하면서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 호주의 8강 동반 진출도 희박하지만 벌어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가운데서 우리 대표팀에게 딱 한 가지 확실한 지상과제가 있습니다.
‘대만의 린위민을 공략하라.’

대만의 현지 언론 따르면 그들은 이번 대표팀의 투수력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린위민, 쉬러시, 구린레이양 등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C조 조별 라운드 4경기를 모두 선발 1+1로 운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대회 대만 대표팀의 대한민국 상대 선발투수로는 그간 국제 대회의 결과로 ‘한국 킬러’라고 불리는 린위민을 내세울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저는 차라리 아시안 게임과 프리미어12를 통해서 3번이나 만난 린위민이 대만의 선발로 나와주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우리를 상대로 선발로 등판할 경우 희망적인 요소가 두 가지 있습니다.

이번 우리 WBC 대표팀에는 이전과는 달리 노시환, 김도영, 안현민, 박동원, 저마이 존스, 셰이 위트컴 등. 좌투수인 린위민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우타자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대만과 경기를 치르기 전날 우리는 저녁 경기로 일본과 경기를 치르는데 그 점이 체력적으로는 분명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희망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한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우리에게 선발로 '아시아 왼손투수 최고 구속 선발 투수'인 기쿠치 유세이(2025 포심 평균 154km)를 내세울 것이 유력합니다.

기쿠치의 공을 전날 본다면 아무래도 그보다는 평속에서 6~7km가 느린 린위민의 공에는 조금 더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오타니의 160km를 공략하지 못했지만, 노리모토의 155km는 쳐냈던 지난 프리미어12 1회 대회의 두 번째 한일전처럼 말입니다.

린위민 다음에 +1으로 붙을 투수가 나오기 전에 우리 쪽으로 유리한 경기를 만들어 놓아야만 합니다.
+1이 될 수 있는 쉬러시나 구린레이양, 장준웨이 같은 투수들은 시속 155km 이상을 수월하게 던집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지난 시즌 중에도 저 세 투수 중 쉬러시에 대해 많은 분석을 했습니다.
쉬러시는 지난 2025년 대만 리그 CPBA를 평정하면서 MLB와 NPB에서 모두 러브콜을 보냈던 투수로 그의 최종 선택은 NPB의 소프트뱅크 호크스였습니다.

대만도 우리를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팀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강의 카드를 우리에게 맞출 겁니다. 그렇다면 대만의 우리를 상대로 한 선발투수 1+1은 린위민 + 쉬러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고, 그럴 경우 둘은 각 65구씩 130구를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대만이 그에 앞선 일본전에서 경기 상황에 따라서 쉬러시 카드를 뽑아 들 수도 있습니다.)

대표팀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쉬러시(혹은 그에 준하는 +1)가 나오기 전에 우리 쪽으로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하는 겁니다.
어렵겠지만 그 방법이 최상입니다.
린위민에게 4점 안팎을 뽑아준다면 류지현 감독도 이 경기를 아주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린위민을 이겨보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우리는 린위민이 선발로 나왔던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비록 시원한 적시타가 아닌 린위민 본인의 폭투에 의한 득점이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이겨본 경험도 있고, 현재 대표팀 명단에서는 김혜성, 노시환, 김주원, 김형준(아시안게임) 김도영(프리미어12) 등이 이미 린위민의 공을 타석에서 봤습니다. 그의 주구종의 궤적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염두에 둘 사항이 있습니다.

2025년 린위민은 한 시즌 전체를 애리조나 AAA에서 보냈습니다. 그는 23경기에 선발로 나서면서 5승 7패에 6.64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기록만 보면 실패한 시즌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AAA팀 Reno Aces가 속한 퍼시픽 코스트 리그는 AAA 리그 중 타고투저의 성향이 매우 강한 리그고 지난 시즌 리그의 평균자책점이 5.83에 이릅니다. 또 그의 소속팀 Reno Aces의 팀 평균자책점도 6.29였습니다.

아무리 타고투저의 리그 환경이라고 해도 평균 이하의 성적은 실망스럽기는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린위민은 지난해 자신의 포심이 리그 경기에서 계속 난타를 당하자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 커터, 좌타자를 상대로는 스위퍼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원래 슬라이더와 커브의 RPM이 3000에 가까울 정도로 회전이 많은 공을 던지는 투수였고 시즌 중에 새로 던지기 시작한 구종들도 비교적 손쉽게 자신의 공으로 만들었습니다.
변화는 유효했고, 시즌 막판이 되면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 시즌 거뒀던 5승 중 3승을 9월에 있었던 4번의 등판에서 따낸 겁니다.

린위민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력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그는 2024년 더그아웃에서 파울타구에 맞아서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6주만에 돌아와서 평상시와 다름없는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2024년을 마무리하는 프리미어12에서 예선 한국전과 결승 일본전에 등판해서 인생역투를 펼치면서 대만을 정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런 정신력을 보여줬던 그가 이어진 2025시즌에 리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매 경기 난타당하는 와중에도 변화를 모색하여 훌륭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겁니다.

즉, 우리가 3월에 상대할 린위민은 우리가 알고 있던 포심과 체인지업으로만 우리를 상대했던 린위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무대에서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점은 포심의 구속과 커맨드입니다. 그의 평균 포심의 구속은 91마일로 147km가량입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 AAA에서 집중적으로 공략당했던 구종 역시 포심패스트볼이었습니다. 여러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가 메이저리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점으로 꼽은 것 또한 포심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다른 구종을 추가하면서 고난을 극복했지만 가장 많이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의 향상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한 달 전, 저는 운 좋게 대만의 야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진심으로 걱정했습니다.
“대만 대표팀은 지난 프리미어 12 우승 당시와 비교했을 때 야수진에서의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의 공격력과 수비력이 과연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WBC의 대만 야수 엔트리도 지난 프리미어12 당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관계자의 말대로 발전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게 그냥 엄살이었는지는 뚜껑을 열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그런 이유들을 종합해서 제가 대만전의 키포인트를 린위민 공략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야수진의 수준은 이름만 놓고 봤을 때 우리가 근소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투수진을 대만의 근소 우위라고 놓고 본다면 결국 우위에 놓인 쪽, 한국의 공격력 대 대만의 투수력의 대결에서 이겨내야 상대팀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딱 한 이닝만 린위민을 상대로 타자일순에 성공하면 우리는 마이애미행 전용기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의 대성공이 아니더라도 2이닝 또는 2.1, 2.2이닝 안에만 린위민을 65구까지 던지게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입니다.
이번 WBC에서 모든 전망이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린위민 공략 = 마이애미 전용기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