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넌 감동이었어

KIA 김호령이 지난 7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데뷔 처음이자 팀의 올 시즌 첫 만루홈런을 기록한 뒤 덕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산전수전 다 겪은 KIA 타이거즈 ‘최고참’ 최형우에게도 올 시즌은 난해하다.

개인으로 한정해서 보면 2025시즌에도 최형우는 꾸준하면서 강렬하다.

KBO 레전드로 통하는 선수답게 올 시즌에도 그의 놀라운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소신대로 흔들리지 않고 야구를 해왔던 최형우의 마음을 ‘갈대’처럼 흔드는 건 후배들이다.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시즌 초반이 흘러갈 때도 최형우는 또 다른 극적인 가을을 자신했었다.

늘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고 말하는 최형우가 유일하게 이야기하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가을”이라는 목표에 대해 확신을 보였던 베테랑.

하지만 어느 순간 최형우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나성범, 김선빈, 김도영 등 타선의 핵심 선수들이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헐거워진 타선, 타석에서 움츠러드는 후배들을 보면서 최형우의 애가 탔다.

최형우는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방망이만 내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 끗이 부족해 쌓여가는 패배를 보면서 아쉬워했다.

그리고 다시 또 최형우의 마음이 달라졌다.

타석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위기의 팀을 지탱했던 최형우는 얼마 전에는 “우리 상 줘야 한다”며 놀라운 6월을 만든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후배들 타격하는 것 보면 이제 답답함도 풀린다. 냉정하게 우리 애들이 이 정도 왔으면 우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우리가 2달 동안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상상했겠나. 나도 생각을 안 했는데 말이 안 된다. 상 줘야 한다.”

KIA 안방마님 김태군은 후배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보면서 ‘초심’을 생각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최형우처럼 할 말은 하는 ‘상남자’ 김태군에게도 지난 한 달 여의 시간은 감동이었다.

김태군은 “후배들을 보면서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 되새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1군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으로 많은 훈련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올라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서 야구 열정으로 뛰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KIA 안방마님’하면 먼저 언급하는 이름이 됐지만, 김태군에게도 간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김태군은 “젊은 선수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임해주고 있다. 티를 안 내지만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되새기는 것 같다. 내가 20대 초반 때 어떻게 야구를 해왔고 지금까지 왔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을 다시 한번 새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IA의 타선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중간중간 부상 선수들이 나오면서 자리가 생기기는 했지만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견고하게 돌아갔다.

그만큼 KIA의 엔트리 변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야수진의 부상이 이어졌고, 구상과는 다른 흐름이 전개되면서 때를 기다렸던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기회를 얻은 선수들은 결코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이내 경험을 더하면서 준비했던 것들을 그라운드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오선우는 더 이상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타자 김호령은 그저 놀라움의 이름이 됐다.

김석환, 박민 등도 공수에 왜 자신들이 왜 기대주로 언급된 선수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태군은 “2군에서 3년, 많으면 7년 넘게 고생한 친구들이 있다. 몇 년 고생하고 만족해서 1군에서 야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선우, 호령이, 석환이 이런 선수들 보면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순수한 마음이 있다. 오랜 시간 고생했는데 이들이 어떻게 기회를 잡았냐,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생각도 많아진다. 순수한 마음이 되새겨지는 것 같다. 그냥 막 하는 순수한 마음, 나도 저랬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후배들의 순수한 열정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형우와 김태군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너희가 베스트 멤버다.”

김태군은 “지금 있는 선수가 베트스 멤버다. 베스트 멤버니까 나가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지 말고 그냥 본능적으로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알아서 하늘이 알아서 좋은 결과 줄 것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내일은 알 수 없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준비되고 있고 또 어떤 경쟁자가 등장할지 모른다. 내일은 내일이다.

일단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오늘 그리고 이 순간에 집중한 선수들은 그렇게 틀을 깨고 감동의 시간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KIA 고종욱이 6월 29일 LG와의 경기에서 3안타 활약으로 수훈선수가 된 뒤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후배들의 활약에 놀라움을 이야기하는 고종욱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또 다른 감동의 주인공이다.

고종욱은 얼마 전 그라운드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6월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LG와의 원정경기에서 3안타 활약으로 승리를 이끈 뒤 수훈선수 인터뷰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고종욱은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

“울 생각은 없었다”면서 웃은 고종욱은 “작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야구 잘할 때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2023시즌이 끝난 뒤 고종욱은 KIA와 FA 계약을 했지만 지난 시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8경기 36타석이었다.

견고한 우승 라인업에 밀려 2군에서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임신한 아내 생각이 더해지면서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보였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꿈만 같다”고 말하는 고종욱은 ‘통산 3할 타자’다.

통산 974개의 안타를 생산한 ‘3할 타자’지만 그에게도 안타 하나, 한 타석은 간절함이 됐다.

6월 25일 키움전에서 대타 홈런을 날렸던 고종욱에게 이 타석은 꿈이었고 간절함이었다.

타격감이 좋지 못했던 고종욱은 대타 홈런을 기록하기 전 경기에서 1타석에 나가 3루수 플라이 아웃을 기록했다.

“한 타석만 더 나가고 싶다. 제발 한 타석만 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타석에서 고종욱은 대타 홈런을 날렸다.

6월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한 고종욱은 또 다른 친청팀 SSG와의 3연전에서도 6개의 안타를 쏟아내면서 7월 첫 위닝 시리즈의 주역이 됐다.

‘호랑이 천적’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고종욱은 안정적으로 외야도 누비면서 팬들을 다시 또 놀라게 하고 있다.

감동 드라마의 한 편을 장식한 고종욱은 후배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기뻐하고 있다.

간절한 야구로 감동을 주고 있는 KIA 고종욱은 후배들을 보면서 감동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후배들이 이렇게 잘 해줄지 몰랐다. 2군에서 같이 했지만 다 힘든 시기가 있었던 애들이다. 선우도, 민이도, 호령이도 진짜 간절한 애들이다. 항상 응원했던 애들인데 이렇게 잘해줄지 몰랐다.”

초반부터 승수를 쌓아가면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던 지난해와 달리 ‘디펜딩 챔피언’ KIA의 2025시즌 전반기는 험난했다. 후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놀라운 힘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놓쳐버린 경기가 많았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승리를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불펜 고민도 남아있다.

KIA의 2025시즌 마지막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예측불허의 시즌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은 뜨거운 우승 질주를 했던 2024시즌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2025시즌을 기억할 것이다.

사연 많은 선수들 혼신을 다한 질주, KIA의 전반기는 감동이었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