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조선통신사’ 대신 사료 근거 ‘통신사’ 써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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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공공기관, 민간의 문화행사에서 '조선통신사'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에서 온 통신사'라는 뜻으로, 일본인의 관점에서 사용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 특별전의 안내문에서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식 표현인 조선통신사 대신 조선 사료에 근거한 통신사라는 명칭을 일관되게 사용하였다"라고 명시했다.
조선통신사라는 표현은 이 사절단의 역사적 의미를 일본 위주로 해석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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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 고려대 명예교수·㈔조선시대통신사현창회 회장
최근 정부, 공공기관, 민간의 문화행사에서 ‘조선통신사’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표현이 역사적으로 정확한 것인지, 우리 후손들에게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용어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조선시대, 조선 국왕이 일본 막부 쇼군에게 공식적으로 파견한 외교사절의 명칭은 ‘통신사’였다. 이 명칭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사행록 등 1차 사료에 수백차례 등장하며, 당대 조선 조정과 학자들이 사용한 정식 명칭이다.
조선통신사라는 표현은 이러한 기록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에서 온 통신사’라는 뜻으로, 일본인의 관점에서 사용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조선이 자국의 외교사절을 그렇게 부른 적은 없다. 이는 한국이 일본에 대사를 파견하면서 ‘한국대사’라 부르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런 점은 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일관계의 역사를 다루는 대표적 학회로 한일관계사학회를 들 수 있다. 그 학회지인 ‘한일관계사연구’에 1993년 이래 게재된 논문 중에서 논문 제목에 통신사 혹은 조선통신사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것은 36편인데, 그중 통신사가 34편이며 조선통신사가 2편이다. 2편 중 하나는 일본 학자의 논문이며, 다른 하나는 17세기 일본 학자가 조선통신사와 가졌던 필담을 다룬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일관되게 통신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조선통신사로 검색하면 7회, 통신사로 검색하면 336회가 나온다. 조선통신사 7회는 모두 일본인의 말을 직접화법으로 기록한 것인데, 그중 하나의 예로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 말을 들 수 있다. “조선통신사를 대동하고 같이 도해(渡海)해야 한다.”
반면에, 통신사 336회 중에는 세종대왕의 말을 직접화법으로 기록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아직 통신사 고득종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대책을 세우더라도”라고 말한 내용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이 개최했던 ‘조선시대 통신사 특별전’에서는 통신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이 특별전의 안내문에서는,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식 표현인 조선통신사 대신 조선 사료에 근거한 통신사라는 명칭을 일관되게 사용하였다”라고 명시했다.
통신사는 조선과 일본 사이의 신뢰와 교류를 상징하는 특별한 사절단이었다. 통신사는 1404~1811년 408년간 24회에 걸쳐 일본에 파견되었다. 조선 전기에는 교토에, 조선 후기에는 에도(동경)에 닿았으며, 임금의 국서를 막부 쇼군에게 전달했다. 그 여정은 외교의 현장일 뿐 아니라 문화, 예술, 학문이 오가는 통로가 되었다.
조선통신사라는 표현은 이 사절단의 역사적 의미를 일본 위주로 해석하게 만들 수 있다. 은연중에 일본의 해양 팽창주의와 맥이 닿아서는 안 될 일이다. 통신사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의 역사 교육, 도시 정체성, 나아가 한일관계의 지정학적, 문화적 의미를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올해는 한일수교 60주년이다. 지난 6월17일에 진행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이라 표현하며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짚었다. 명칭 하나에 담긴 역사적 진실을 바로 보는 일이 어쩌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역사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바로 디자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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