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학생엔 ‘높은벽’… 대치동 키즈 가득한 대전·세종 영재학교
대전과학고 등 대전·세종 영재학교 합격자가 수도권 출신에 대거 쏠리며 지역 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 등의 개선 방안에도 입학시험 방식이 결국 사교육 과열지구인 수도권 출신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따른다.
수도권에 집중된 교육 자원을 분산하고 지역 학생들도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충청권 영재학교 합격자 10명 중 6명이 수도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영재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각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충청권에는 대전과학고등학교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영재학교로 지정 돼있다.
대전과학고의 경우 전체 합격자 중 대전지역 학생 비율은 29.1%(82명)에 그친 반면 수도권 출신은 61.1%(172명)로 2배가 넘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역시 세종지역 학생은 18.5%(49명)에 불과했으나 수도권 출신은 56.6%(150명)로 3배 이상을 차지했다.
수도권 중에서도 이른바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근 3년간 전국 영재학교 수도권 입학생 1553명의 절반이 넘는 897명(57.8%)이 수도권 사교육 과열지구 (서울 강남, 서초, 노원, 경기 성남, 고양 등) 출신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 출신만 177명으로 수도권 입학생의 11.4%를 차지한다.
현재 영재학교는 전국단위 모집을 통해 입학 전형을 진행한다.
문제는 입학전형 중 지필평가 단계가 진행돼 사교육을 통해 문제풀이 패턴을 익힌 수도권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교육 없이도 지필평가를 대비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의무적으로 기출문제 공개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
문제지만 공개될 뿐 출제근거나 가이드라인 및 해설지는 제공되지 않아 결국 문제지를 들고 다시 학원으로 찾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영재학교를 준비했던 대전의 이 모(18) 군은 “중학생 때 영재학교에 관심이 생겼으나 정보조차 충분하지 않았고, 총 3단계 전형을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며 “영재학교는 ‘대치동 학원가’ 출신이 전국으로 퍼지는 구조라는 소문도 있어 부담이 돼 결국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수도권,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 학생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은 지역 간 교육 기회 불평등을 심화 시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대전의 한 8년 차 고등학교 교사는 “영재학교의 수도권 쏠림은 사교육 영향력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며 “영재교육의 본래 취지에 맞는 평가 시스템 개편 뿐 아니라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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