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선호하는 얼굴형이 다르다
꽤 오래전 필자가 해외 연수시절 사각턱수술을 집도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사각턱수술은 엄밀히 말해 아래턱, 즉 하악의 귀밑 각진부분을 절골하는 하악각절골술이다.
필자가 사각턱수술을 한다고 하자, 같은 병원에 있던 호주·이태리·미국·독일 등에서 연수를 온 동료의사들이 구름처럼 내 수술방에 몰려든 적이 있다. 그들이 몰려든 이유는 사각턱수술이라는게 과연 어떤 수술인지 궁금했던 이유였다. 각 나라에서 내로라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사각턱수술을 직접 집도하기는 커녕 한 번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성형외과에서 하는 가장 흔한 안면윤곽수술인 사각턱수술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의사들조차 알지 못하는 수술이라니...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나라마다 선호하는 얼굴형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수술이 다른 까닭이다.

일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나라에서는 광대를 줄이고 하악각을 줄여서 얼굴의 각을 없애고 작고 슬림한 얼굴형을 선호한다. 때문에 사각턱수술과 광대수술이 흔히 시행이 된다. 얼굴뼈수술이라고 위험하다고 생각할수 있으나 최근엔 거의 모든 성형외과에서 시행을 할 정도로 흔한 수술이 됐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각지고 광대 사각티 도드란 얼굴형을 선호한다. 따라서 하악각이나 광대부위에 보형물을 넣어서 도드라지게 하는 수술이 흔하게 시행이 된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에는 독일 뮌헨에서 성형외과의사로 일하는 필자의 친구가 독일인 환자 한명을 필자에게 보낸 적이 있다. 환자분은 독일 현지인이면서도 갸름한 턱선을 만들길 원했고 도드라진 광대를 줄여서 밋밋한 얼굴라인을 만들기를 원했다. 사각턱수술과 광대수술을 받은 후 매우 만족하고 귀국길에 올랐던 경우였다.
독일에는 사각턱수술과 광대수술을 하는 의사가 없었다. 환자를 보내준 필자의 친구는 미용수술과 미세수술까지 거의 모든 영역의 성형수술을 하는 능력있는 성형외과 전문의였지만 안면윤곽수술만큼은 해본 적이 없었던 터였다. 독일 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필자의 병원에 안면윤곽환자를 보내주는 현지 성형외과의사들이 많다.
얼굴형 뿐만은 아니다. 눈꺼풀이 쌍커풀을 선호하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쌍커풀이 없는 눈을 귀엽게 바라보기도 하고 코도 높은 코에 덧붙여 직선형코 혹은 버선모양의 코를 선호하는 등의 사회적인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필자가 상담을 할 때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를 하는 한국 유학생들의 얼굴형 상담을 할 때이다. 그들은 당연히 한국에서 유행하는 소위 브이라인을 만들고 싶어하고 또 광대를 밋밋하게 없애고 싶어한다.
필자는 그럴 경우 그들이 원하는 수술이 진정 그들의 콤플렉스인지 뿐만 아니라 유학 후 어디서 생활을 하게 될지 등을 고려해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비추천'을 해주기도 한다.
필자는 성형수술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콤플렉스를 해결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성형수술 후 자신감을 가지고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흔하게 목격했다.
다만, 개성적인 얼굴형도 중요하고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 사회의 전반적인 트렌드를 따르는 것도 어느 정도는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