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이 은하를 굶기는 확실한 증거
블랙홀이 은하를 굶긴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블랙홀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억제할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이번 연구는 구체적인 은하를 대상으로 증거를 잡았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은 블랙홀에 의해 말라간다고 여겨지는 은하 'GS-10578'의 관측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 탓에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천체인데, 은하 내부의 새로운 별 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다시 떠올랐다.
'GS-10578' 은하는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질량은 약 2000억 배나 된다. 우리은하에서 120억 광년 정도 떨어져 있으며, 현재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습은 우주 탄생 초기인 빅뱅으로부터 약 20억 년 후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면밀한 관찰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GS-10578'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대량의 가스가 초속 1000㎞로 은하를 빠져나가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이는 블랙홀에 의해 초래되는 바람으로, 그 속도는 매우 빨라 은하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충분했다"며 "은하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질량은 은하가 새로운 별을 계속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질량보다 크다. 즉 블랙홀이 별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날려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가스는 차갑고 밀도가 높으며, 빛을 발하지 않아 이전 망원경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뛰어난 감도 덕에 이론상으로만 논의되던 블랙홀의 활동을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블랙홀이 은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아마 별 형성을 멈추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일 것"이라면서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할 때까지 우리는 이 은하를 상세히 알 수 없었고 별 형성의 중단이 일시적인 것인지 영원한 것인지도 몰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우주 초기에는 하늘의 은하가 많은 별을 형성했다. 이런 거대한 사멸 은하를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GS-10578'은 워낙 거대한데, 이런 크기가 되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별 형성을 멈춘 시기는 비교적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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