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대전 도안신도시 오피스텔 신축 사업과 관련해 시행사가 일으킨 2000억원의 브리지론에 자금보충을 약정했다. 인근의 다른 오피스텔 사업은 300억원의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포기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오피스텔은 대전광역시 도안신도시 2단계 특계 33, 34블록(상업용지)에 2076실 규모로 들어선다. 시행사는 르그랑이며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사업지와 맞닿아 있는 특계 35블록을 300억원 손실을 보고 종결지은 것과 비교된다. 롯데건설은 시행사인 도안미래홀딩스와 오피스텔 1041실을 개발해 분양하려고 했다. 지방 부동산 불황으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이 어려워지는 등 사업성이 하락하자 지난해 9월 자금보충을 약정했던 300억원의 후순위 브리지론을 변제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특계 33 ·34블록은 브리지론 증액 연장으로 본PF 전환까지 시간을 벌었다. 르그랑은 최근 메리츠증권 등의 대주와 2000억원 한도의 브리지론 약정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의 유동화전문회사(SPC)인 에이알와이즌은 대출금 확보를 위해 5일 55억원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만기일은 올해 6월5일이나 연장을 위한 합의와 다음번의 ABSTB에 대해 롯데건설 이상의 신용등급을 가진 금융기관과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조건에 따라 2027년 3월6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사업이 2027년 4월 착공 목표로 진행 중인 만큼 롯데건설과 르그랑은 대출을 연장하거나 리파이낸싱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브리지론 전액에 자금보충을 약정했고 ABSTB에도 적용됐다. SPC 계좌에서 인출 가능한 금액이 ABSTB 원리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할 경우 롯데건설은 어떠한 상계나 공제 없이 SPC의 자산관리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보충해야 한다. 자금보충을 이행하지 않으면 대출원리금 등 피인수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고 SPC에 즉시 갚아야 한다.
오피스텔 사업은 2021년 6월부터 이자 부담이 높은 브리지론을 사용한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르그랑은 2023년 말 기준 자기자본이 –88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전년(-464억원)보다도 크게 악화했다. 이자비용 부담이 큰 탓으로 2023년에만 155억원을 지출했다. 연간 브리지론 실행액은 2021년 말 1650억원, 2022년 말 1850억원, 2023년 말 1960억원 등이며 지난해 말은 약 2000억원이다.
르그랑은 2018년 10월 설립된 법인으로 본사 위치는 서울 강남구다. 부동산 개발사 ㈜제이에이치디씨가 지분율 45.0%를 가진 최대주주이자 특수관계자다. 2대주주는 부동산 개발사 ㈜손앤컴퍼니 20.3%다. 이밖에 지분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태경 대표와 특수관계자 이승민 씨가 각각 1.5%씩 갖고 있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