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후루라고 놀린 팬들 다 나와".. '1700억' 이정후가 갑자기 폭발하는 이유

타율 1할대에서 허덕이던 이정후가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17일 신시내티 레즈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시즌 타율이 0.213에서 0.246으로 치솟았다. 최근 3경기 11타수 6안타, 타율 0.545. '땅후루'라며 비아냥거리던 팬들은 슬슬 입을 닫아야 할 때가 됐다.

5회 99마일 총알 타구, 7회 피치클락 위반에도 적시타

이정후의 이날 첫 타석은 삼진이었다. 신시내티 선발 체이스 번스의 슬라이더에 파울팁 삼진. 하지만 두 번째 타석부터 달랐다. 0-0이던 5회초, 풀카운트에서 번스의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았다. 우전 안타. 타구 속도 99마일(159km). 메이저리그에서도 나쁘지 않은 속도다.

결정적 장면은 7회였다. 1-0으로 앞선 상황, 2사 2루 득점권. 그런데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피치클락 위반으로 초구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설상가상으로 1볼 2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 여기서 꺾이면 예전의 이정후였다. 하지만 좌완 브록 버크의 95.8마일 싱커를 밀어쳤다. 좌중간 적시타. 달아나는 2-0. 후속타자 케이시 슈미트의 중전 안타 때 홈까지 밟으며 득점까지 올렸다.

9회에도 멈추지 않았다. 3-0으로 리드하던 1사 주자 없는 상황, 좌완 샘 몰의 스위퍼를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시즌 2호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날 안타 6개 중 절반을 혼자 책임졌다.

"메카닉 수정하고 연습한 게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경기 후 이정후는 인터뷰에서 상승세의 비결을 밝혔다. "일단 초반에 좀 좋지 못했는데, 좋지 못한 부분에 대한 메카닉적인 부분을 타격 코치님들하고 같이 수정하고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 그게 이제 경기 때 조금씩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숫자가 그의 말을 증명한다. 최근 6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히트. 4월 한 달 타율은 0.255로 올라왔다. OPS도 0.561에서 0.686으로 급상승했다. 규정타석을 넘긴 전체 타자 186명 중 90위까지 점프하며 중위권에 안착했다.

1700억 계약, 이제야 값어치 시작?

이정후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5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계약했다.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로 곤두박질치자 '땅후루', '1700억 세금 도둑'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특히 땅볼 비율이 높아지면서 안타가 나오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하지만 타격 코치진과 메카닉을 수정한 뒤 타구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이날 기록한 99마일 타구 속도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안타 개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강하게 때려내는 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 4연패 탈출, 반격의 발판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는 3-0 완봉승을 거두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선발 랜던 루프가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마무리 에릭 밀러가 9회를 막아냈다. 시즌 7승 1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

경기 종료 직후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밀러가 마지막 타자 살 스튜어트를 삼진 잡은 뒤 뭐라고 말을 걸자 스튜어트가 격분한 것. 8회에도 윌리 아다메스 타석에서 사구가 나오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정후는 그 한복판에서 묵묵히 3안타를 쏘아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