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서 제사를 없앤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여전히 매년 가슴을 졸이며 제사상을 차려내는 5060 부모들이 많다.
몸은 고되고 자식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처지이지만 차마 제사를 온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데에는 속사정이 존재한다.
내 대에서 조상 대접을 소홀히 했다가 자칫 자식들의 앞길이 막히거나 화를 입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애틋한 진짜 이유를 알아본다.

행여나 제사를 없앴다가 자식들의 직장 생활이나 사업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조상 덕에 자식들이 잘 살고 있다는 믿음이 가슴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 내 손으로 그 줄을 끊어버리기가 도저히 두렵고 찜찜한 셈이다.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제사를 폐지했다가 자식들의 안위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부모들로 하여금 다시 상을 차리게 만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제사 문화에 거부감이 심해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집안에 묘한 긴장감과 갈등이 흐르기 일쑤다.
자식들과 얼굴을 붉히기 싫은 부모들은 음식은 우리가 다 해놓을 테니 몸만 와라며 스스로를 고달프게 만들면서까지 제사를 강행한다.
자식들에게 제사 의무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내 눈이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내 손으로 정성을 다해야 조상 보기에 떳떳하다는 심정이다.

한 번쯤 제사를 거르거나 날짜를 대충 넘기려고 마음먹으면 이상하게도 그 주간 내내 꿈자리가 사납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험을 한다.
조상님들이 찾아와 노여워하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제수용품을 사러 나설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조상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오랜 세월 몸에 밴 종교적 도리가 결합해 부모들의 발목을 옥죄는 강력한 심리적 족쇄로 작용한다.

60대 나이가 지나면 제사 음식을 장만하는 일 자체가 육체적으로 엄청난 고문이자 중노동이다.
그럼에도 집안의 장손이거나 며느리로서 수십 년간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내 손으로 단칼에 끊어버리는 시도를 감당할 배짱이 없다.
조상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가책을 안고 사느니 차라리 몸이 부서지는 아픔을 참고 한 번 더 상을 차리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형식적인 제사라는 명목이 사라지면 바쁜 자식들이 부모를 찾아올 구실마저 완전히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운 마음도 크다.
평소에는 전화 한 통 없는 자식들이지만 제삿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여 밥 한 끼 먹고 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니 부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지독한 황혼의 외로움을 달래고 가족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부모들은 고된 제사상을 일종의 합법적인 가족 모임 티켓으로 붙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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