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 자민당 새 총재에 이시바…한·일 역사인식 온건파

선명수 기자 2024. 9. 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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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 투표서 ‘강경 보수’ 다카이치에 21표 차 역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신화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임자를 뽑는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이 당선됐다.

27일 자민당은 결선 투표 끝에 3년 임기의 28대 신임 총재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선출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얻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을 21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후보에 비해 한·일 역사문제 등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선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986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시 최연소 기록(만 29세)를 세우며 당선돼 4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을 담으며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 풍부한 내각 경험을 쌓았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파벌 대부분이 해산한 상황에서 역대 가장 많은 후보인 9명이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368표)을 획득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1, 2위를 차지한 다카이치 후보(181표)와 이시바 후보(154표)가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1차 투표에선 이시바 후보가 다카이치 후보에게 27표 차로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이번 선거에서 이들과 함께 ‘3강 후보’로 꼽혔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낙선했다.

1차 투표는 자민당 국회의원 투표와 전날 마감된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투표를 합산해 결과를 냈다. 당원·당우 약 105만명의 표를 국회의원 표와 동수인 368표로 환산해, 의원 표와 더하는 방식이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68표에 광역자치단체 격인 47개 도도부현이 1표씩 행사하는 지방 표를 더해 승부를 가렸다. 1차 투표와 비교하면 의원 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져, 기존 파벌의 역학 관계가 결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인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이시바 신임 자민당 총재는 내달 1일 소집되는 임시 국회에서 일본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일본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이시바 시게루가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현 총재인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 대해 “대단한 결의를 갖고 자민당이 다시 태어나도록, 다시 한번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결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하나가 돼 그것에 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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