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씨 몰래 30여 개 사망보험을 들어놨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혼인 후 김씨와 함께 가입한 사망보험은 4개, 이마저도 그가 자필서명을 했습니다."

코미디언 김병만씨의 전처 A씨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말했다. 이들은 2020년 이혼했지만 지금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씨는 이혼 2년 뒤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가 김씨 몰래 보험 가입을 한 데다 6억7000만원 가량의 돈을 빼돌렸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올해 9월23일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이번에는 A씨가 김씨를 상해·폭행·강간치상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시사저널은 11월18일 서울 모처 A씨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A씨는 "김씨가 폭행 사건을 덮기 위해 '30억 요구설'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걸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누명을 하루빨리 벗고 싶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기자에게 보험 가입 이력과 진단서, 김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을 내밀었다. 김씨를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뒤 언론에 증거 자료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김씨와 소송전을 벌이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병만씨 명의로 30여 개 사망보험을 들었다는 건 사실인가.

"전혀 아니다. 김씨가 혼인 전 가입한 게 암보험 등 4개, 혼인 후 직접 가입한 게 연금보험 등 3개다. 또 혼인 후 함께 가입한 사망보험 등이 4개다. 나머지는 주택화재, 자동차 보험 등이다. 이런 것들까지 합쳐서 31개인데, '남편 몰래 사망보험을 수십 개나 들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씨는 가장이었고 나도 나이가 있어서 여유 있게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예인들은 미래가 불안정하지 않겠나. 투자 성격으로 적금 대신 들어놓은 것도 있다."

김씨 명의로 사망보험을 몰래 가입한 적 있나.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편집자 주: 상법 731조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김씨가 촬영 스케줄로 바빠서 보험설계사가 직접 KBS '개그콘서트' 촬영장에 방문해 자필 서명을 받았다. '배우자와 함께 김병만씨를 만나 보험 가입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자필 서명을 직접 받았다'고 설계사가 쓴 사실확인서도 있다."

김씨에게 파양을 조건으로 30억을 요구한 적 있나.

"파양비를 요구한 사실 자체가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파양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30억이라는 거액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돈 때문에 파양 협상을 한다'는 식으로 김씨 측에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경 김씨 계좌에 있던 6억7000만원가량을 본인 명의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있나.

"김병만씨는 강남구, 서초구 아니면 안 됐다. 강남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소원인 사람이다. 보증금에 6억7000만원 정도를 더하고 3~4억 정도 대출을 받아 강남에 집을 하나 사려고 했었다. 김병만씨도 잘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 대뜸 '당장 갖다 놔' '불법이야'라고 문자가 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김씨의 폭행, 딸이 온몸으로 막아…매일 떠나자며 운다"

김병만씨를 폭행으로 고소했다. 김씨가 주로 어떨 때 폭행을 했나.

"결혼 전에는 폭력성을 몰랐다. 그런데 집안 얘기만 나오면 부엌에서 기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식칼을 전부 꺼내기도 했다. 하지 말라고 말리면 악마로 변해서 머리채를 잡았다. 남자인 데다 힘도 센 편인데 목을 조르고 발로 걷어차니 정말 아프고 괴로웠다. 딸이 우연히 자다 깨서 엄마가 맞는 장면을 본 적 있는데, 김씨가 딸 이름을 부르면서 '라이터 가져와. 불 질러버리게'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딸은 김씨가 나를 못 때리게 온몸으로 막았다."

딸은 아빠를 '고마운 분'으로 기억했는데.

"평소 딸에게 잘해준 점은 인정한다. 재혼인데도 나와 딸을 왕비같이, 공주같이 대했다. 특히 폭행한 다음 날에는 여의도에서 꼬막을 사와 간접적으로 미안함을 표했다. 이 사람이 폭력만 고치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참은 것도 있다. 처음엔 한 달에 두 번꼴로 때리다가 서서히 빈도가 줄어서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폭행하고 맨바닥에서 자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폭행을 당했을 때 신고를 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적 있나.

"김씨가 나를 베란다로 질질 끌고 가면서 폭행한 적 있다.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더니 아랫집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찾아왔을 땐 별일 없다고 돌려보냈다. 김씨 인지도가 있다 보니 선뜻 나서지 못했다. 김씨 가족과 지인들도 폭력적인 성향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시댁에선 김씨가 부순 휴대전화만 해도 가게 하나를 차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김병만씨 측은 1년 만에 별거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상습 폭행이 가능한 건가.

"2010년 1월 혼인신고를 하고, 2019년 8월 김씨가 돌연 가출하기 전까지 별거는 없었다. 김씨가 《정글의 법칙》 촬영차 2~3주 해외로 나가거나,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며 3개월씩 집을 비우는 경우는 있었지만, 항상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척추뼈가 골절돼 큰 수술을 받았을 때도 내가 간병했다. 법원에서도 혼인 지속기간을 10년으로 인정했다."

폭행을 당했다고 특정한 날, 김씨는 해외에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수년 전 일이다 보니 병원 기록을 찾아서 날짜를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몇 월 며칠에 맞았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씨도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적 없고, 나도 참고 살려고 마음먹었으니 증거를 모은다는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다. 행여나 병원에 들락날락거리면 김씨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 봐 웬만하면 참았다. 김씨가 '누나, 참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혼 소송과 동시에 폭행으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맞고 살았지만 사랑했던 시기도 있었기에 김씨의 폭행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김씨의 연예인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씨 측에서 혼인 기간이 1년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돈을 뜯어갔다는 식으로 누명을 씌우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고소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김씨로부터 사과를 받으면 선처할 생각이 있는가.

"있다. 사과하고 내 명예를 회복해 줬으면 한다. 온갖 허위사실이 떠돌고 있어 요즘 한숨도 잘 수 없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아이도 매일 울면서 떠나자고 한다. 딸이랑 한국에서 잘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A씨 "폭행 증거 모을 생각 안했다"…김씨 측 "폭행은 없었다"

시사저널은 A씨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김병만씨 법률대리인 임사라 변호사(법률사무소 림)를 통해 김씨의 입장을 물었다. 임 변호사는 "전처 측에서 이혼 귀책사유로 '김병만의 폭행'을 주장하지만,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말했다. 실제 임 변호사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철저히 밝혔던 내용이다. 상대방 측에서 수사 단계에 제출했던 증거들을 이미 이혼 소송 당시에 제출했다"며 "제출한 증거들을 법원에서 다 파악하고 폭행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증거가 아니고 알고 있던 증거라서 놀랍지 않다"고 했다.

"딸이 폭행 장면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경찰 조사 단계에서 딸에 관한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고 강조했다. '김씨가 전혀 폭행하지 않았다는 말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 측은 사망보험도 동의 없이 가입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임 변호사는 "이혼 소송 중에 보험이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말인 즉슨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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