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내수 부양 나섰지만…집값·가계부채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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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월 만에 내린 기준금리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의 막을 내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안정된 물가 수준, 회복세가 더딘 내수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향후 인하 속도는 더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택할 수 있었던 건, 물가상승률 목표치(전년 동월 대비 2%)를 초과 달성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 올라, 3년 6개월 만에 1%대를 나타냈다. 2022년 7월 6.3%를 나타내며 고점을 찍었던 물가상승률이 안정궤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0.50→0.75%)하면서 시작된 ‘물가와의 싸움’이 3년여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이날 이 총재는 “주요국보다 빠르게 물가안정을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자평했다. “(긴축 과정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 변동성도 큰 문제 없이 관리됐다”며 그간 한은의 인상 폭도 적절했다고 봤다.
‘물가와의 싸움’이 마무리됐지만, 향후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복잡한 셈법이 남아있다. 내수 부진에 적절히 대응하면서도 집값·가계부채 급등세를 다시 자극하지 않는 것이 과제다. 이 총재가 “내수와 수출 그리고 금융안정 사이의 상충관계는 과거 정책 기조 전환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고민스러운 정책 여건”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우선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선 점진적인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
0.25%P 내린 이창용 “금융안정 고려한 매파적 인하”
일각에선 인하 시점이 늦었다는 ‘실기론’도 제기됐지만, 한은은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선을 그었다.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해 집값·가계부채 급등세로 인한 금융 안정 위험을 잡는 것이 시급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8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며 “(8월 결정이 옳았는지는) 1년 정도 시간이 더 지나서 경기 상황과 금융안정 달성 여부를 보고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도 금통위는 집값·가계부채 급등세에 대한 여전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9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뒷받침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둔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날 장용성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7000억원 늘어, 증가액이 8월(9조2000억원)보다 많이 축소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0%로, 9월 둘째 주(0.23%) 이후 상승 폭이 축소되는 흐름이다.
경기와 금융안정 등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만큼, 금통위 내부에선 추가 인하에 대한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날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0.25%포인트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미국 대선 결과나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통위원 1명은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시장에선 연내 남은 11월 금통위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1분기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추가로 둔화하고, 물가상승률이 2% 내외 흐름을 보이면 내년 1분기 중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변동성을 고려하면 향후 한은의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효정·곽재민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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