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을 앞둔 KT 위즈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KT는 외국인 선수 구성을 전면적으로 손보며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그 첫 신호탄이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출신 우완 투수 맷 사우어(Matt Sauer, 26)의 영입이다. 구단은 11월 7일 사우어와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7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T의 선택은 빠르고 확실했다. 아직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한국시리즈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이었다. 대부분의 구단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연말 이후로 미루는 것과 달리, KT는 ‘즉시전력감’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만큼 이번 영입에는 확신이 있었다. 올 시즌 6년 연속 가을야구 도전에 실패하면서 내부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강철 감독이 “내년은 무조건 성적”이라고 못 박은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맷 사우어는 2017년 뉴욕 양키스의 2라운드 전체 54순위로 지명된 정통파 유망주 출신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강력한 포심과 탄탄한 하체 밸런스로 주목받았고,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성장해왔다. 이후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해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올해는 LA 다저스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어 10경기(선발 1경기)에 등판, 29⅔이닝 동안 1세이브, 평균자책점 6.37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24경기 2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85이며,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28경기 중 98경기에 선발로 나서 27승 32패 평균자책 4.62를 남겼다.

KT가 주목한 건 사우어의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이다. 그는 최고 시속 150km 중반대의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커터·싱커·슬라이더·스플리터 등 다섯 가지 이상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특히 커터의 평균 구속은 약 144.8km(90마일)로, 전체 투구의 32%를 차지할 만큼 자주 활용한다. 이 구종은 손끝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특유의 커팅 액션 덕분에 많은 땅볼을 유도한다. 그다음으로 포심패스트볼(약 151.6km, 94.2마일)이 22%, 슬라이더가 19%, 싱커가 18%를 차지한다. 커터와 포심의 조합은 좌우 타자 모두를 상대로 위력적인 구속 차이를 만들어내며, 싱커와 스플리터는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보조 무기로 쓰인다.
흥미로운 건 그의 투구폼과 릴리스 포인트다. 사우어는 비교적 낮은 팔 각도에서 빠르게 공을 뿌리며, 모든 구종을 거의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던진다. 이 덕분에 타자 입장에서는 구종 식별이 쉽지 않다. 포심과 커터, 슬라이더의 궤적이 비슷한 궤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타자들은 공이 손끝을 떠난 뒤에야 꺾이는 변화를 인식한다. 이 점은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18경기(17선발)에 나서며 5승 5패 평균자책 5.86을 기록했다. 성적 자체는 평범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이닝 소화 능력’과 ‘볼 배합의 유연함’이 눈에 띄었다.

KT 구단이 밝힌 영입 이유도 명확하다. “사우어는 선발 경험이 풍부한 구위형 투수로, 강한 직구와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게 나도현 단장의 설명이다. KT는 그를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낙점했고, 젊은 나이와 경험치를 고려할 때 ‘성장형 외국인 투수’로 보고 있다.
사우어의 성격과 태도 역시 구단이 높게 평가한 부분이다. 그는 성실함으로 유명하다. 훈련 중에는 묵묵히 자신의 루틴을 지키고, 마운드에서는 지나친 감정 표현 대신 침착하게 경기 흐름을 읽는다. 미국 현지에서도 “자신을 믿는 긍정적인 투수”로 평가받았으며, 팀 동료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감독진의 피드백을 빠르게 흡수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격은 한국 무대 적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KT가 이번 영입으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투수진의 재편’이다. 올해 KT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윌리엄 쿠에바스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쿠에바스가 7월 부진으로 방출되며 패트릭 머피가 대체로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두 외국인 투수의 합산 승수는 15승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고, 외국인 평균자책 또한 4.24로 하위권이었다. KT의 약점이 명확히 드러난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구단은 “기존 투수진을 전면 교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사우어의 영입은 그 첫 조치다.
그렇다면 KT는 왜 ‘불펜 출신’ 사우어를 선발 자원으로 데려왔을까. 답은 그의 이력에 있다. 사우어는 마이너리그 통산 128경기 중 98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선발로 등판할 때 평균 5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했다. 구속과 체력, 제구력의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는 유형이다. 다저스에서도 불펜으로 쓰였지만, 이는 팀 사정 때문이었다. 즉, KT 입장에서는 ‘본래 선발형 투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셈이다.
KT 내부에서는 그를 한화의 펜싱투수 펜스(폰세)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사우어의 투구 스타일이 폰세처럼 강한 포심과 커터 조합을 주무기로 하는 점이 유사하다. 여기에 26세라는 젊은 나이와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경험까지 갖췄으니, 리스크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

KT는 올해 외국인 타자도 교체 가능성이 높다. 앤드류 스티븐슨이 2025시즌 39경기에서 타율 0.262, 3홈런, 14타점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결국 KT의 내년 방향은 ‘전원 리빌딩’이다. 새로운 외국인 라인업을 통해 팀 전력을 완전히 재정비하고, 가을야구 복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KT는 이미 외국인 선수 활용에 유연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쿠에바스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외인 체제를 구축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공식은 올해 한계에 부딪혔다. 사우어의 영입은 단순히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추가’가 아니다. “성적이 전부”라는 구단의 결단 선언이기도 하다.
KT는 2026시즌을 위해 빠르게 기초를 다지고 있다. 사우어가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영입이 팀 내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꿨다는 사실이다. 젊고 강한 투수, 그리고 새로운 동력. KT가 내년 시즌을 위해 던진 첫 승부수는 지금까지 어느 해보다 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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