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없애자'가 안 통하는 골칫거리 그 자체

여름이면 해변을 찾아오는 불청객 해파리. 근데 이런 뉴스 볼 때마다 “그냥 먹어서 없애면 안 되나?”하는 생각… 나만 드나? 하지만 해파리 요리라고 해봤자 냉채밖에 없는데.. 특유의 시큼하고 톡 쏘는 맛 때문에 불호인 사람들도 많을 거다. 유튜브 댓글로 “왜 우리는 해파리를 냉채로밖에 먹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해파리 파스타에 해파리 장조림 해파리 양갱(?)까지 개발했던 서정희 명장에게 전화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맛’이다. 알다시피 해파리는 무맛이라, 거의 해파리에 버무린 소스나 양념 맛으로 먹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다양한 요리를 해 먹기에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

[서정희 명장]
“보통 이제 해파리를 4일 정도 불리거든요 물을 하루에 3번 4번 갈아주면서 계속 불려줘야 되거든요 엄청나게 조리 과정이 힘들죠”

두 번째 이유는 해감의 불편함 때문. 해파리는 9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상하기도 쉽고, 무게도 무겁다. 그래서 유통하려면 반드시 탈수 처리를 거쳐 염장 해파리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우리가 주로 먹는 해파리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양식된 식용 해파리로, 현지에서 대량으로 염장 처리를 해서 국내로 들여온다. 그러니까 해파리로 무언가를 요리해 먹으려면 반드시 짠 기를 제거하는 해감 과정이 필수다.

[서정희 명장]
“해파리를 먹기 위해서는 염장을 해야 됩니다. 그냥 해파리를 먹을 수는 있는데 그러면 물컹물컹합니다. 식감이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어요. 씹히는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조건 염장을 해야 되고 그 염장한 것을 해감시키는 과정을 일반사람들이 활용하는데 제한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이 덩치 큰 녀석들은 우리가 주로 먹는 해외산 식용 해파리와는 종류가 다른 노무라입깃해파리다. 100년전 일본의 노무라 박사가 발견했는데 2000년 이후부터 우리 바다에 대량 출현하면서 문제가 된 요주의 해파리다. 다 자란 건 길이 5m, 최대 무게 200kg에 달할 만큼 덩치도 엄청나게 크고, 우리 바다에 나타나는 해파리 중 독성이 가장 강하다.

중화요리의 대가 서정희 명장은 2012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새로운 해파리 요리를 개발할 때 전부 우리 해변에서 어획한 노무라입깃해파리를 활용해 조리법을 만들었다. 지금이나 12년 전이나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그저 골칫거리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당시에도 ‘먹어서 없애자’는 K-필승법이 등장했던 셈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독성이 있는 촉수만 제거하면 얼마든지 식용이 가능하다. 해파리 요리를 대중화하겠다는 목표로 이러한 레시피들이 개발됐고, 2015년 때마침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정식으로 식품 원료로 등재되면서 언론에도 레시피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비린 맛이 강하고 특유의 씁쓸함이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고 조리하기도 까다롭다고 한다. 특히 거대한 해파리를 잡아 올려 독이 있는 촉수를 제거하고, 소금과 명반으로 염장하는 데 드는 노동력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고.

[서정희 명장]
“우리 연안에 지금 해파리가 엄청나게 깔렸잖아요. 여름에는 어업인들이 고기 못 잡으니 해파리 어차피 널려 있는 거 잡아가지고 우리가 염장 처리해서 국산으로 판매하면 안 되겠느냐 이런 제안도 하긴 했었는데 흐지부지하게 되고 막 그랬었죠.”

중국이나 동남아는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다지만 우리나라는.. 글쎄. 또 우리나라는 해파리가 사시사철 대량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 여름철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당시 개발된 해파리 요리 중에선 해파리 장조림 반응이 제일 좋았다고 하는데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지금은 해파리 요리법이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피해가 커지면서, 이제는 정말 대책이 필요한 상황.

몇년 전엔 해파리 독 성분을 분석해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먹어 없애기도 어렵고 사고만 치는 무쓸모인줄 알았는데 한가닥 희망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어쨌든 여름철만 되면 바다를 공포로 몰아넣는 해파리 하루빨리 새로운 기술이나 조리법이 개발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