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공장기계음 듣고 치매노인 찾아…실종수사팀 맹활약

대구동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왼쪽부터 이현철 경위, 박정민 경위, 임경필 경감, 최유진 경장(형사지원팀 실종담당) 윤성현 경사. 대구동부경찰서 제공

매년 늘어나는 실종 신고에 경찰청 및 일선서 '실종수사팀'의 역할이 날이 갈수록 막중해지고 있다. 통상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은 24시간인 만큼 실종자 가족들은 이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품는다. 대구동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올해 1천500여건의 실종 신고를 접수해 미발견 사례 없이 실종자 모두 가족의 품으로 보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딱딱딱…희미했던 벽돌 공장 기계음 따라 비지땀 수색

피부가 타는 듯한 매서운 햇빛이 내리쬔 지난 8월 23일 낮 12시쯤. 112에 다급한 목소리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중증 치매 환자인 80대 여성 A씨가 혼자서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것. 오전쯤 집을 나갔다고 예상할 뿐 정확한 가출 시간은 모른다고 했다.

동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신고를 받고 즉시 주거지 일대를 집중 수색했지만 A씨는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집을 나간 시간이 특정되지 않아 CCTV 분석이 어려웠고 A씨와 간혹 통화가 연결 돼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날은 낮 최고 37℃까지 올라 발견이 늦어지면 탈수나 일사병 등으로 실종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촌각을 다투던 중 실종수사팀의 귀에 '딱딱딱' 소리가 걸렸다. A씨와 연결된 통화 중 수화기 너머로 희미하게나마 벽돌공장의 기계소리가 들린 것이다.

실종수사팀은 희미한 소리에 의지하며 A씨 주거지 인근 주변 공장 내·외부를 모두 샅샅이 수색했다. 결국 이들은 벽돌 공장 뒤편 사람의 인적이 드문 숲 한 구석에 누워있던 A씨를 실종 4시간 만에 발견해냈다.

지난 4월 13일에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60대 남성 B씨를 찾기 위해 6시간에 걸친 도보 수색에도 나섰다. B씨를 찾기 위해 30개가 넘는 CCTV를 분석했지만 사각지대에 걸려 행적이 끊긴 것. 이들은 B씨의 최종 행적이 포착된 곳 인근의 낡은 폐철도를 발견했다.

이들은 '이 길 아니면 다른 통로는 없다'는 생각에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끝없이 걸었고 결국 경산시 폐철도 아래서 탈진 상태에 빠진 B씨를 발견했다. 실종수사팀과 B씨는 서로를 마주하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B씨는 "앞으로는 나쁜 마음먹지 않겠다"고, 실종수사팀은 "한 사람이라도 살려서 다행"이라고 했다.

◆활약상 비결은 끈끈한 팀워크와 수사 전문성

동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이끄는 임경필 경감은 올해 활약상의 공을 팀원들에게 고루 넘겼다. 단 한건의 미발견 사례 없이 모든 실종자를 가족의 품으로 인계할 수 있었던 것은 끈끈한 팀워크와 팀원들의 능력 덕이라 했다.

실제 이들은 광역수사대 10년 경력의 임경필 경감을 필두로 형사 경력만 20년인 박정민 경위, 과학수사대 10년 경력의 이현철 경위, 경찰특공대 출신으로 수색에 능한 최치환 경사, 해병대 출신의 팀 막내 윤성현 경사가 모여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몸 사리지 않는 열정도 중요하나 수사 전문성 또한 실종자 수색에 당락을 가른다. 먼저 실종 신고 접수 시 실종자의 행적과 생활반응, 관련자 진술 진위 확인 등을 파악하는 등 초동수사가 중요하다. 실종자의 연령·병증·평소 습성·실종 경위 등을 고려한 전문적인 추적 기법도 실종자 수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임 경감은 실종자 수색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경감은 "실종자 수색은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키와 인상착의 등이 담긴 실종경보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경찰에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trut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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