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리 좀 지워주세요” 성범죄물 삭제 요청 급증하는데 내년도 예산 줄인 여가부

구민주·변문우 기자 2024. 10. 3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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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영상물 조작) 등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오히려 올해 대비 2억원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건수는 해마다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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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6개월 만에 16만5000건 돌파
여가부 내년도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지원 예산 오히려 2억원 삭감
1년 새 1.5배 증가에 ‘미삭제율’ 30% 육박인데…삭제 인력은 고작 2명↑

(시사저널=구민주·변문우 기자)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웹사이트(이미지 사진) ⓒ시사저널 박정훈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영상물 조작) 등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해마다 급증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오히려 올해 대비 2억원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요청 건수는 해마다 급증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사이에만 총 16만5095건의 삭제 요청이 접수됐으며, 이는 2020년 한 해 삭제 요청 건수(15만6136건)를 돌파한 수치다. 현 추세라면 올 한 해 총 삭제 요청 건수는 지난해(24만3607건) 대비 1.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 사진‧영상 제작 및 유포가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는 '근절'을 공언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1일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딥페이크 등 첨단기술을 악용한 신종범죄와 가짜뉴스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딥페이크 식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현황 ⓒ시사저널 양선영

그러나 소관 부처인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지원 관련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대비 2억원 삭감한 32억6900만원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 요청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올해 39명에서 41명으로 단 2명 늘리는 데 그쳤다. 삭제 요청 건수가 급등하는 현 추세와 맞지 않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산이 깎인 데 대해 여가부 측은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 구축이 어느 정도 완료돼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삭제 지원 현장엔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절실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실제 디성센터에 접수된 삭제 요청 건 가운데 '미삭제율'이 매해 30% 안팎을 기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요청 10건 가운데 약 3건에 대해선 피해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전체 31.2%에 해당하는 7만5922건이 끝내 삭제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지원 인력 부족도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물의 경우 유포 속도가 빠른 만큼 삭제 '골든타임'이 생명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을 경우 2차 피해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손 쓸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연희 의원은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대응 인력을 포함한 정부의 대책이 너무나 안일해 보인다"며 "특히 딥페이크 문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정부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불법촬영물 삭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력을 보강하고 예산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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