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가 마침내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무려 221경기 만에 나온 영봉승이다. 통산 단 1승에 불과했던 무명의 우완 투수가 기적을 만들었다. 태너 고든은 6이닝 무실점 호투로 구단 역사상 '20세기 이래 최악'이라는 불명예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1. 콜로라도를 덮친 암흑기와 끝나지 않던 불명예

콜로라도는 지난 2024년 5월 16일 이후 단 한 번도 상대를 0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한 적이 없었다. 그 기록은 220경기, 날짜로는 무려 433일 동안 이어졌다. 2025년 7월 24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6-0 승리를 거두며 이 긴 침묵을 깨뜨렸다.
통계 전문 매체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이 기록은 20세기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긴 ‘연속 영봉승 실패’ 기록이다. 19세기까지 포함하면 콜로라도보다 더 긴 기록은 워싱턴 세네터스(1893
96, 383경기)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퍼펙토스(1897
99) 단 두 팀뿐이다. 홈에서의 무실점 승리로 범위를 좁히면, 2023년 7월 31일 오클랜드전 2-0 승리 이후 321경기, 724일 만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영봉승이 없었던 이유는 뚜렷하다. 콜로라도는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최악의 전력을 자랑해왔다. 2023년 103패, 2024년 101패를 기록했고, 2025시즌도 26승 76패, 승률 0.255로 압도적인 리그 최하위다. 유망주 수급도 부족하고, 주축 선수들도 줄줄이 부진하거나 이적설에 시달리고 있다. 구단 전체가 방향을 잃은 상태다.
2. 이름 없는 우완, 팀의 수치를 지우다

이런 상황에서 콜로라도를 구해낸 선수는 스타가 아닌 마이너리그 출신의 무명 우완 투수였다. 26세의 태너 고든은 지난해 늦은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했으며, 경기 전까지 통산 11경기 1승 8패 평균자책점 7.19에 머물렀던 투수였다. 올 시즌도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최근까지는 2군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고든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이어 지미 허깃과 타일러 킨리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9회까지 무실점 승리를 완성했다. 타선도 2회부터 연속 적시타로 4득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8회 말 에세키엘 토바르의 솔로 홈런이 쐐기를 박았다.
고든의 이날 호투는 단순한 개인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는 불명예의 상징이 된 기록을 끊었고, 암흑기 한가운데 있는 콜로라도에 오랜만의 희망을 안겨줬다. 영봉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증명하듯, 구단 팬들도 SNS에서 이 승리를 두고 "이게 진짜 뉴스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값지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3. 절망 속의 작은 반전

물론 이 한 경기가 콜로라도의 상황을 단숨에 바꾸진 못한다. 2년 연속 100패, 올해도 120패가 위협적인 상황이다. 팀의 간판 선수 라이언 맥맨조차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떠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전력이 재건보다 해체에 가까운 상태다.
그러나 이날 경기만큼은 달랐다. 무명의 우완 투수가 통산 두 번째 승리를 따내며 팀의 굴욕적인 기록을 지웠고, 홈 팬들에게 오랜만에 미소를 안겨줬다. ‘압도적 최하위’라는 꼬리표 속에서도, 기록은 결국 깨졌고 작은 반전은 시작됐다. 콜로라도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날의 경기는 그 암흑 속에서도 야구가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