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 혼란의 서막' 클린스만부터 꼬였다…마침내 드러난 정몽규의 '월권'
최근 한국 축구를 덮친 혼란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이 시작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과정에서도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지난 7월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의 시작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바로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의혹이다. 축구협회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전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을 뿌리치고 이미 실패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은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임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을 이끌다가 단 10주 만에 지휘봉을 반납했는데, 당시 구단과 상의 없이 SNS를 통해 사퇴를 발표하는 등 기행을 벌였다.
지난 1~2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은 우승을 호언장담했지만,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무능함만 입증해 보였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워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허무하게 좌절됐다.
그런 클린스만 선임에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벤투 감독 선임 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을 무력화했다"면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허점을 지적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이미 감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후보들과 접촉했다.
이후 첫 회의에서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들에게 권한을 뮐러 위원장에게 위임해 줄 것을 요청했고, 두 번째 회의에서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통보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2차 면접은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직접 진행했다.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및 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논의를 거쳐 감독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전력강화위원들은 처음부터 배제돼 후보자 면접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뮐러 전 위원장이 단독으로 후보자를 5명으로 최종 압축했고, 1차 면접도 뮐러 전 위원장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자 2명에 대한 최종 2차 면접은 정 회장의 요청으로 직접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는 당시 이 논란에 대해 '뮐러 위원장이 복구 후보자를 상대로 1, 2차 화상 면접을 진행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반박 자료를 냈으나 이는 허위 사실인 걸로 드러났다. 그러자 축구협회는 정 회장이 면접을 진행한 게 아니라 의견 청취를 위한 면담이라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축구협회는 이날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 후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 중간발표에 대한 협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해 다시 반박에 나섰다.
축구협회는 "당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축하 청와대 오찬, 위원들과의 사전소통, 1차 전력강화위에서 위원장이 이러한 논의 후 전권 위임을 요청하고 위임을 받은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위원회는 조언과 자문하는 기관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했고, 그 권한이 무력화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독 추천을 위한 후보 평가를 위한 면접은 뮐러 위원장의 화상 면접이었고, 이 자리에서 1~5순위가 결정됐다"면서 "회장이 두 명의 후보자와 진행한 부분은 후보자 평가에 대한 것이 아니고, 향후 대표팀 운영에 필요한 지원사항 등을 묻고 청취했고 협상 과정의 일부였다. 이것은 회장의 당연한 직무 범위 내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축구협회는 이사회 선임 절차를 누락한 데 대해서는 인정했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협회 규정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과 협회가 이사회 승인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부분 등 미비한 점들은 앞으로 보완해서 실무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감사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당시 A매치 일정 때문에 바빴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상황 논리 때문에 정관에 나오는 이사회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건 정상적 조직의 지배구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지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협회는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전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실수를 반복한 셈이다.
문체부는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을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면서 "감독 내정 발표 후 형식적으로 이사회 서면결의하고, 이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반박 보도자료나 설명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감독 면접 과정에서도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달리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과의 면접 과정에서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사전 인터뷰 질문지, 참관인 없이 면접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감독직을 제안했다'며 면접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협회의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은 감독 선임 관련 절차에 대해 여러 상황에 대한 상세 규정과 세칙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해서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의 과정과 결과가 일률적으로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축구협회가 문체부 감사 결과에 강하게 반박한 가운데, 이달 말 이뤄질 문체부 감사 결과 최종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서울청사=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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