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으로 증권사 도박? ‘종합투자계좌’의 숨겨진 진실!

[이용우의 경제 더하기]

부처 없애기 前, 새 일을 만들어라?

정부 부처는 집권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률에 명시된 소관 업무를 수행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부처가 신설되고, 역할을 다한 부처는 사라지거나 축소되어야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조직의 비대화와 비효율화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과거 막강한 행정권력을 가졌던 관료조직이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새로운 규제, 인가, 예산집행 권한 등을 창출하며 변화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 주도 경제운영 시대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기획재정부의 해체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예산과 조세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적 통제 밖에 있는 기획재정부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그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과거 국가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금융자본의 동원과 배분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온 금융위원회의 향후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두 가지 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월례 기자간담회 하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뜬금없는 '지분형 주택금융' 정책

바로 지난 3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제안한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 정책과 4월 9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의 일환으로 금융위가 발표한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도입 정책이다.

먼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을 제안했다. 이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할 때 주택금융공사가 50%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하여 공동소유하는 모델이다. 즉, ‘자기자본 10% + 대출 40% + 주금공 50%’의 구조로, 무주택자는 집값의 10%만 준비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 정책이 집값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을 포기했던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집값이 오르면 수익을 지분율에 따라 나누고, 하락 시에는 손실을 주금공이 흡수하는 구조로, 주금공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대출이자율보다 낮은 임대료를 적용한다. 겉보기에는 집값 상승을 예상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대출조차 어려운 무주택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처럼 보일 수 있다.

지분형 모기지 개념도. 사진=연합인포맥스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는 있는지

하지만 이 정책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 보고서와 연결된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및 기업을 합친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 자금공급 규모는 약 1,933조 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과도한 신용집중은 생산적 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을 제약하여 신용시스템의 성장 기여도를 낮추고, 동시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 및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한 축에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경쟁적으로 펼친 주택 관련 정책금융 제공이 있다. 2024년 말 기준, 가계주택 관련 대출에 대한 정책금융(대출 + 공적보증) 비중은 전체의 51.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가계 정책금융을 제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금융을 부채 중심(debt)에서 자본 중심(equity)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이 이러한 중장기 과제를 단기 정책처럼 들고나온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한 시점에서 이 정책이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는 상승 이익을 공유하기보다는 LTV(담보인정비율) 40% 대출과 자기자본 60%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하려 할 것이며, 자금 부족으로 주택 구매를 포기했던 이들도 LTV 40% 대출과 자기자본 10%만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되어 부동산 대출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LTV 80%의 ‘갭투자’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이 정책은 부동산 신용집중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주택 문제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되어 있는 복합적 사안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주된 업무로 하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V 40% 규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부동산 대출 억제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위가 LTV 80%를 허용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상반된 행보이며 정책 일관성을 의심케 한다.

지난 4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금융위원장-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위배되는 IMA 제도 활성화?

한편, 금융위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의 일환으로 2017년에 도입된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구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게 고객 위탁자금을 통합 운용하고 실적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면서도 만기 원금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운용자산의 70% 이상을 기업금융, 25% 이상을 모험자본에 의무투자하도록 하여 혁신금융 공급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모험자본의 범위에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와 주식투자, 신용등급 A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벤처캐피털(VC) 등 벤처투자, 하이일드 펀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IMA 제도는 금융의 기본 원칙과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실효성조차 의문인 무리한 정책이다. IMA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7조의6을 통해 종투사의 기업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저금리 자금조달 수단으로 도입되었으며, 고객이 투자 목적으로 위탁한 자금을 증권사가 통합 운용하여 성과를 돌려주는 ‘일임형 신탁상품’이다. 이 상품은 증권사의 고유자산과 부채에서 분리되어 재무상태표에 반영되지 않으며, 고객 자금을 운용하지만 증권사의 자산이 아닌 구조다.

금융기관은 자기자본 내에서 일정 수준의 부채를 발생시켜 자산을 운용하며, 은행은 예금보호제도를 기반으로, 증권사는 차입조달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기관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BIS 자기자본비율이나 NCR(순자본비율) 등의 레버리지 규제가 적용된다. IMA는 고객 위탁상품이므로 레버리지 비율 계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원금보장 조건으로 인해 증권사 NCR 산정시 50%만 반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고객의 투자형 위탁계좌(일임형, 펀드 등)에 대해 운용성과를 그대로 돌려주도록 하며, 손실보전을 금지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자금중개역할을 하기 위해 자기자본에 감당 가능한 일정한도내에서 부채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하여 자산을 운용한다. 이에 자산운용과 상관없이 고객의 원금을 보장하는 예금보호제도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은행과 차입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 운용하는 증권사 등 2금융권으로 나누어진다. 또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BIS 자기자본비율이나 순자본비율(NCR) 통해서 금융기관의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비율을 규제한다.

그러나 IMA는 고객 위탁상품이므로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손실보전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IMA는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에서 도입된 것으로 이는 행정입법 권한을 넘어선 것이며, 법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고객 이익 갈아 증권사 키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투자형 위탁상품이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운용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IMA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자금조달 수단으로 설계되어 고객과 증권사 간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 원금보장 조건이 있다고는 하나, 초과성과에 대해 30~40%의 성과보수가 설정되어 있어 단기수익에 집착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기업금융 딜에 투자 유인이 크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원금만 돌려주면 되므로, 사실상 조달비용 없는 자금처럼 운용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상품에 가입하지만, 증권사의 탐욕이 제어되지 않으면 만기 시 원금은 돌려받더라도 이자 등 수익을 얻지 못해 실질적 손실이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23년 말 레고랜드 사태에서처럼 일임형 채권랩 신탁상품이 수익률 경쟁으로 인해 고객 투자기간과 자산 만기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편법적으로 투자된 채권과 CP 시장의 거래가 막히면서 증권사들이 손실보전, 고유계정의 채권 돌려막기 등으로 무더기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은행이 신탁상품을 기업여신에 활용하며 원금보장 상품처럼 운용되어 대규모 부실처리 과정을 겪은 바 있다.

역할을 다한 금융위원회는 차기 정부에 조직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금융산업 육성보다는 소비자 보호가 먼저다

금융산업은 양적으로 성장했으며, 금융소비자들의 지식과 경험도 과거보다 향상되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여전히 자신들이 산업 육성이나 정책 지원을 통해 존재 이유를 확보한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상위 초대형 종투사의 경우 자기자본은 이미 10조원을 넘고, 레버리지 비율도 10~11배에 달해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비교해 기업금융 및 모험자본 투자 비중이 낮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가 나설 이유도 없으며 나선다고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중과 거래회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덕에 증권사는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갖고 있으며, 부동산금융에 집중된 기업금융 역시 그 수익성에 기댄 것이다.

더구나 국내 모험자본 시장은 투자처가 부족하여 부진한 것이지 자금 부족이 부진의 원인은 아니다. 그런데 금융위는 이를 잘못 해석하고 개인투자 자금을 동원하려는 벤처캐피털 투자 공모형 펀드(BDC)를 구상하고 있다. BDC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펀드로, 그 구조는 사실상 증권사의 VC 투자 위험을 일반 개인에게 전가하는 형태이며, 이해상충 우려가 크다.

전문투자자조차 참여하지 않는 분야에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개인을 참여시키려는 이 정책은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산업 육성을 우선시하는 금융위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금융정책의 핵심 목표는 금융산업 육성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금융위나 금융감독기관의 본분은 특정 부문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규제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금융기관이 충실히 준수하도록 감독하는 데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의 특정 부문 육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전문성과 정당성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투명하고 일관된 규제체계 하에서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며, 금융당국은 이러한 혁신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갖추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민간 금융이 자율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질서를 감독하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젠 시대에 맞게 역할을 다한 금융위의 조직개편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


※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