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신료 분리 여론수렴', 속내는 KBS 길들이기?

김성후 기자 2023. 3. 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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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국민제안에 부치자 KBS가 "수신료 납부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리징수 논의는 심각한 재정적 압박이 되고,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어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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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줄곧 KBS 공정성 문제 거론
대통령실 "4월 9일까지 의견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KBS TV 수신료(월 2500원)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징수하는 방안에 대해 여론 수렴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현행 TV 수신료 징수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현행 수신료 징수방식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징수방식이 있는지 4월9일까지 찬반 의견을 남겨달라고 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의 TV 수신료 징수방식 여론조사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며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TV 수신료는 방송법 제67조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로부터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하고 있다. KBS 수신료의 전기요금 합산 징수는 30년 가까이 유지되온 제도로, 이를 바꾸려면 현행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목숨줄을 쥐어보겠다는 뜻”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작년 9월부터 대통령실에 접수된 국민제안 청원 수만 건 중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콕 짚어 국민토론에 부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권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꺼낸 것은 작년 7월이었다. 그 후로 잠잠했는데, 대통령실이 뜬금없이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이번엔 대통령실이 전면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수신료 분리징수를 압박해 KBS를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KBS가 좌편향적 보도를 한다며 공정성 문제 등을 거론해왔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논의 그 자체로도 KBS에 약한 고리다. 한전 위탁징수 이전인 1993년 2022억원이던 수신료 수입은 위탁징수 이듬해인 1995년 3685억원, 2021년 6863억원으로 급증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국민제안에 부치자 KBS가 “수신료 납부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리징수 논의는 심각한 재정적 압박이 되고, 공영방송 제도 자체의 존폐와도 직결될 수 있어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낸 이유다. 지난해 KBS 전체 수입 1조5300억원 중 수신료 수입은 6935억원으로 45%를 차지한다.

전국언론노조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낡은 방송법과 제도를 개선하며 풀어야 할 과제”라며 “‘공영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은 TBS와 마찬가지로 재원을 통제함으로써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 확대를 틀어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기자협회 등 8개 직능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어 “(수신료 통합징수는) 법원과 헌재를 여러 차례 거치며 이미 법적인 판단이 끝나고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안”이라며 “왜 대통령실이 갑자기 ‘여론’을 묻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8개 직능단체는 KBS 경영진을 향해 “사즉생의 각오로 전사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고 주문하며 “그동안 시청자들이 낸 수신료를 공적 책임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제대로 써 왔는지 뼈아프게 되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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