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안했는데...8.1% 시청률 1위로 종영하고 글로벌 1위한 韓드라마

최근 종영한 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가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방영 초기 '아는 맛'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었으나, 결과는 반전이었다. 닐슨코리아 기준 국내 시청률은 최고 8.1%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전 채널 평일 드라마 1위를 차지했고, 2049 시청률 역시 정상을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글로벌 성적은 더욱 고무적이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에서 2주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K-로코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해외 팬들의 '도파민'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찬란한 흥행 성적 이면에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이 드라마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익숙한 클리셰를 비튼 '지독한 중독'의 서사

<키스는 괜히 해서!>의 표면적 서사는 단순하다. 한 번의 키스로 시작된 운명적 이끌림, 그리고 재벌 2세와 위장 취업이라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그러나 하윤아·태경민 작가는 이 뻔한 구조 속에 '집착'과 '불안'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숨겨두었다.

극 중 공지혁(장기용 분)이 고다림(안은진 분)에게 보여주는 감정은 단순한 호감을 넘어선다. 드라마는 사랑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과열된, 거의 '중독'에 가까운 감정의 전이를 집요하게 쫓는다. 특히 고다림을 기혼자로 오해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공지혁의 모습은 윤리적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기묘한 서사적 쾌감을 선사했다. 이는 단순한 불륜 미화가 아니라, 관계의 가변성이 극대화된 시대에 '위험할 정도로 확실한 무언가'를 갈구하는 현대인의 결핍을 정확히 관통한 지점이다.

장기용의 서늘함과 안은진의 생동감이 만든 시너지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냉소적인 이면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일등 공신이었다. 장기용은 특유의 서늘한 마스크로 '집착광공'적 면모를 세련되게 소화해냈고, 안은진은 자칫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고다림이라는 인물을 주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빚어냈다.

특히 후반부, 고다림이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장면과 공지혁이 모든 기억을 되찾으며 재회하는 엔딩은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두 배우는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며, 각자가 가진 상처와 구원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조연진인 김무준, 우다비 역시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서브 캐릭터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극의 밀도를 높였다.

연출적 과감함과 아쉬운 마침표

김재현·김현우 감독의 연출은 '감각적'이었다. 키스라는 찰나의 순간을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시키는 시각적 연출과, 엔딩 크레디트에서 출연진이 단체 댄스를 선보이는 파격적인 구성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유쾌한 전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다만, 드라마 평론가의 시각에서 냉철하게 짚어보자면, 후반부 전개에서 보여준 '사고와 기억상실'이라는 장치는 다소 진부했다. 세련되게 구축해온 감정의 빌드업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고전적이고 편리한 도구를 빌려온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경쟁사의 제품 도용과 주주총회를 통한 반격이라는 갈등 구조 역시 로맨스의 무게감에 비해 지나치게 평이하게 마무리된 감이 있다.

사랑을 믿기 어려운 시대의 '감정적 흑화'

결과적으로 <키스는 괜히 해서!>는 "사랑 말고 나를 추앙해 달라"고 외치는 이 시대의 불안한 욕망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로 탁월하게 변주해냈다.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넘어,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고다림의 성장기와 사랑이라는 불확실한 감정에 전력을 다하는 공지혁의 투쟁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재미 이상의 질문을 던졌다. 비록 클리셰의 늪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으나, K-드라마가 가진 통속적 매력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속에 동시대적 감수성을 녹여내는 데 성공한 수작이라 평가하고 싶다.

도파민 폭발 뒤에 남은 이 씁쓸하고도 달콤한 여운은, 한동안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괜히 한 키스'가 아닌 '잊을 수 없는 키스'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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