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집단휴학 승인… 정부 “부당행위 감사 착수”
1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학장의 판단에 따라 의대생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하고 이 사실을 대학본부에 알렸다. 서울대 의대의 경우 대학 총장이 아니라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한 학년에 30주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지금 돌아와도 내년 2월까지 수업을 마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은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휴학 불허 방침을 고수 중인 교육부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1일 “서울대 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휴학 신청을 승인한 것은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즉시 감사에 착수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가 의대 40곳의 학칙을 확인한 결과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총장이 아닌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휴학 불가’ 방침에 첫 반기… 교육부 “문책” 강경
[의료공백 장기화]
의대생 집단휴학 승인 충돌
“교육 못받은 학생 진급 시킬순 없어”… 정부 경고에도 ‘승인’ 또 나올수도
충북대, 유급 막기 위해 교칙 개정… “내년 1학기까지 복귀하면 진급”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대의 경우 학칙상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의대 학장이 휴학을 승인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의대 40곳 중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의사인 이들 대학 의대 학장들을 향해 “휴학 승인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의대 11곳은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
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자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휴학계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에는 “대학이 동맹휴학을 승인하면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대 40곳 중 서울대를 포함해 11곳은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휴학을 승인해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 교육부가 “감사를 통해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겠다”며 조건부 제재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거나 총장에게 부여된 휴학 승인권을 단과대 학장에게 위임한 경우가 전체 의대 40곳의 절반가량”이라며 “이들 대학이 휴학을 승인한 경우에도 사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또 이날 다른 대학들을 향해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며, 동맹휴학 신청이 승인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다른 의대들의 휴학계 승인을 독려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성명을 내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의대생을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순 없다”며 “다른 의대 학장, 대학 총장께서도 곧 같은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 충북대는 내년 1학기까지 유급 안 시키기로
정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시작한 뒤 ‘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해 왔다. 휴학이나 유급을 승인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고 의대 예과 1학년 학생들은 내년 7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의대를 둔 대학들은 교육부와 의대생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으로 꼽은 9월을 넘기면서 휴학이나 유급 이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재적 인원 1만9374명 중 2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653명(3.4%)에 불과했다.
일부 대학은 휴학 승인을 하지 않는 대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칙을 바꿔 수업을 듣지 않아도 유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고육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올해 1학기부터 2025학년도 1학기까지 의대생의 등록, 수강 신청, 학점 인정, 제적 등과 관련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생은 2025학년도 1학기까지만 등록하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대학들도 미등록 제적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해 2학기 등록 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등록 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미뤘고 경희대 의대도 등록 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을 11월로 미룬 상황이다. 교육부는 의대 학부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면 15∼20주 안에 두 학기(30주)를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학사 운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금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수업이 있는데 수업량을 2배로 늘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임상 실습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밤에 환자를 깨워 실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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