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국민 취미생활로 떠오른 게 있다면, 바로 캠핑이다. 2010년대 중반 150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캠핑 인구는 이제 7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캠핑용품이나 의류 시장은 상승세를 탔고, MZ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과거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들 역시 인지도와 인기가 올랐다.

그중에서도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캠핑 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스노우피크(Snow Peak)다. 스노우피크는 일본의 아웃도어 장비 및 캠핑용품 제조업체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기 인기 제품들을 구매하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노우피크는 특히 고객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는데, 과연 국내 캠핑 인구를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DBR 374호에 실린 아티클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자.

스노우피크는 어떤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1958년 탄생한 올해로 65년 된 브랜드다. 일본의 시골인 니가타현 츠마베산죠 지역에서 탄생했다. 창업가 야마이 유키오는 시간만 나면 산에 오르는 등산 덕후였다고.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구할 수 있던 제품들은 대부분 수입이라 일본인 체형에 맞지 않는 데다 내구성도 떨어졌다. 철물 도매상을 운영하며 남다른 손재주를 갖고 있던 그는 자신이 직접 갖고 싶은 등산 도구를 만들었고, 입소문이 나 판매까지 시작했다. '스노우피크'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붙은 것은 1963년이다.

이후 1986년 야마이 유키오의 아들인 야마이 토오루가 2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캠핑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토오루 회장은 국민 소득과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 등 일본에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현상에 주목하며, '오토캠핑'이라는 캠핑 방식을 고안해 낸다. 북미나 서유럽 등에서 주로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활용해 오토캠핑을 즐긴다면, 그는 SUV 등 자동차에 장비를 싣고 교외로 떠나 캠핑을 즐기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철학과 진정성

브랜드 철학은 그 브랜드가 세상을 보는 관점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브랜드 철학은 조직 내부 직원이나 외부 고객 모두의 공감을 산다. 스노우피크는 브랜드 철학을 오랜 기간 잘 지켜오며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스노우피크의 브랜드 철학은 바로 '삶 속에서 자연을'. 단순히 캠핑용품 업체가 아닌 도심을 벗어나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이유 자체에 집중해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한다고 본인들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나아가 '자연에서의 인간성 회복'을 표방하고 있다.

스노우피크는 제품을 만들 때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객 스스로 자신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 대신 캠핑에 진심인 캠퍼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을 개발 과정에 참여시켜 고객도 인지하지 못한 고객이 진짜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고안된 제품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수정을 반복한다. 고객을 위해 최고급 제품을 제작하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높아진다. 이것이 스노우피크가 고객 지향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고, 고객이 스노우피크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다.

스노우피크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이유

스노우피크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특별한 마케팅 활동하지 않는다. 고객과 대화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다. 대신 직원 모두가 고객을 만나 소통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1. 스노우피크 웨이
대표 행사 중 하나로 우수 고객을 캠핑장에 초청해 2박 3일 동안 스노우피크 직원들과 함께 캠핑하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이다. 제품 활용법 교육이나 캠핑 경험 및 노하우 등을 나누고 신제품을 이 자리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모다굴 주위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닥불 토크'가 있다. 캠핑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서로 마음을 빠르게 열고 친해진다. 고객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2. 설봉제
매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진행되는 고객 감사 축제로 고객들을 본사와 직영 매장으로 초청한다. 오직 설봉제 때만 구매할 수 있는 특별 한정 상품이 기획돼 판매된다. 이 제품들은 희소성이 높아 구매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3. 스페셜 미팅
1% 상위 고객에게만 참가 기회가 주어지는 특별한 행사다. 특별한 선물 등 VIP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출시 전 신상품을 가장 먼저 보고 예약하거나 다음 연도의 마케팅 계획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로열티가 높은 고객에게 자부심을 줌과 동시에 스태프들과의 신뢰를 강화한다. 

한국 시장에서 전개한 투 트랙 전략

스노우피크는 일찍부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스노우피크 코리아는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캠핑 선진국들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스노우피크의 해외 지사다. 일본 본사의 철학과 지향점을 계승해 같은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사업을 전개했다. 2013년 취임한 스노우피크 코리아 김남형 대표는 스노우피크 코리아는 2016년부터 16년 연속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해외 법인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2020년 이전까지 스노우피크는 일부 캠퍼만 사랑하는 브랜드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의 인지도와 인기는 코로나 동안의 캠핑 산업 성장, 그리고 국내 기업인 감성코퍼레이션이 론칭한 의류 브랜드 '스노우피크 어패럴'의 인기가 함께 높아진 덕이다.

사실 스노우피크는 2014년 일본 본사 차원에서 이미 의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때문에 제3사업자가 브랜드 라이선스를 활용해 의류 사업을 벌이겠다는 제안에 처음엔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하나의 브랜드를 활용해 두 개의 회사가 별도의 의류 사업을 벌일 경우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 것이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한 의류 사업이 캠핑용품에 비해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만드는 스노우피크 의류는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고 아웃도어 활동보다 일상복에 더 가까웠다. 이에 국내 캠핑 시장과 아웃도어 브랜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던 감성코퍼레이션 김호선 대표가 한국에는 한국에 맞는 아웃도어 제품 론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감성코퍼레이션의 '스코우피크어패럴' 콘셉트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어패럴'이다. 큰 틀에서는 스노우피크 본사처럼 아웃도어 의류를 표방하지만 더 액티브한 활동을 즐기는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해 기능성과 디자인, 색감, 로고 등을 한국 20~40대의 취향에 맞춰 만드는 전략을 펼쳤다.

스노우피크어패럴은 2020년 론칭 이후 '고프코어 룩'의 인기와 맞물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1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10% 급증하며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스노우피크어패럴의 인기는 결과적으로 스노우피크 브랜드 자체의 소비자 계층 확대로 이어졌다. 스노우피크와 스노우피크어패럴은 각자 상품의 선은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는 완벽히 하나의 브랜드로 보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스노우피크' 검색 시 공식 홈페이지는 하나만 검색이 되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두 회사의 제품 모두 만날 수 있다. 스노우피크는 일부 캠핑 마니아가 즐기는 고가의 캠핑용품 브랜드에서 캠핑 제품이 비싸서 부담됐던 이들, 심지어 캠퍼가 아닌 이들도 구매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스노우피크어패럴 론칭 전 스노우피크에 대한 고객 인지도가 20% 수준이었다면 최근엔 60%가 넘을 정도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브랜드가 됐어요.

스노우피크 코리아와 감성코퍼레이션의 협력 모델은 스노우피크의 문화와 철학은 유지하면서 감성은 젊은 세대로 타깃해 기존 한계점을 극복하고 시장을 넓힌 좋은 사례입니다.

스노우피크 코리아 김남형 대표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74호
필자 장재웅, 지희수
정리 인터비즈 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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