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도 다시 마음 다잡은 이강인 "소속팀에서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스경X현장]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카메룬의 평가전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를 향해 팬들이 이름을 연호하며 엄청난 응원을 보낸 반면, 팀을 지휘하는 감독을 향해서는 야유가 쏟아진 것이다.
이런 이채로운 장면을 연출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이강인(마요르카)이었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가전 이후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외면을 받아왔다. 소속팀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해 월드컵과 멀어지는 듯 했던 이강인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3도움의 맹활약으로 오랜만에 A대표팀에 돌아왔다.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였고, 당연히 경기를 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더군다나 월드컵을 앞두고 갖는 사실상의 마지막 시험 무대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강인은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이어 이날 카메룬전에서도 벤치만 달궜다. 벤투 감독은 첫 번째 교체 카드로 후반전을 시작할 때 이재성(마인츠) 대신 권창훈(김천)을 기용했고 후반 16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빼고 나상호(서울)를 투입했다. 후반 27분엔 손준호(산둥)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정우영(알사드), 황의조(올림피아코스)로 교체했다.
후반 37분 황의조가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되자 백승호(전북)가 마지막 교체 카드로 들어갔고 끝내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강인은 경기 중간 전광판에 모습이 잡힐 때마다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받았다. 하지만 팬들은 끝까지 이강인이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하자 단단히 뿔이 났다. 벤투 감독이 전광판 화면이 잡힐 땐 이강인을 내보내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현인 듯 야유가 나왔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인은 “다시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게 돼 좋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한 팬들에게는 “선수로서 감사했다”며 “많이 응원해준만큼 소속팀에 돌아가 더 열심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입장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이강인은 “선수로서 뛰고 싶으니까 아쉽긴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며 “소속팀에 돌아가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2차례 평가전은 유럽파를 총동원한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경기에 뛰지 못한 이강인의 카타르행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강인은 “이전부터 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는 됐다”며 “소속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이 따로 해준 얘기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한 건 없고, 팀 전체에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다치지 말고 조심히 잘하고 있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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