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태승家 제왕적 대출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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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여름부터 시끌시끌했던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착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간 손태승 전 회장은 처남 일가와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는데요.
그가 최근까지 처남 회사차를 몰고, 그의 재임시절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처남 일을 도운 정황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 회장의 제왕적 권력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수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그간 검찰도 손 전 회장과 처남 일가와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찾지는 못했단 말이죠.
회사 차를 탔다면 이건 이야기가 다른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SBS Biz 취재 결과 손 전 회장이 올해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처남 회사 법인차를 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손 전 회장 처남 회사 중 한 곳에서 작성된 '손회장님 차량구입비 GV80'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7550만 원에 이 차를 구입했는데요.
이 회사 직원은 "선수금을 내면서 윗선에 확인하니 '손회장에게 갈 차'라는 답을 받았다"라고 확인해 줬습니다.
손 전 회장 처남 회사 인근에 2024년형 제네시스 GV80 차량이 주차돼 있습니다.
보조석 서랍에 남아있는 앞유리 전화번호 스티커에는 손 전 회장의 번호 11자리가 정확히 떼어져 있었습니다.
손 전 회장은 올여름까지 이 차를 직접 운전해 다닌 것으로 보입니다.
[손 전 회장 자택 인근 주민 : 저는 제 차 여기다 대고 그 차는 저기다 댔는데, 그러니까 제가 맨날 봤는데, 없어진 지가 꽤 됐어요. 몇 달이 됐어요.]
[앵커]
차 말고 처남과 손회장간 금전거래는 없었나요?
[기자]
저희 취재 과정에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손 전 회장의 배우자와 그 오빠인 처남 사이에는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손 전 회장의 배우자 김 모 씨는 또 다른 친인척과 2021년 6월 회사를 세우고 석 달 뒤 우리은행에서 140억 대출을 받아 165억 상당 건물을 샀는데요.
저희 취재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아내와 오빠가 동업 관계라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손 전 회장 배우자의 건물에서 오빠 김 씨(손 전 회장의 처남)가 사업체를 맡아 관리했는데 이 사업체 핵심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을 건물주라고 소개했다고 전했습니다.
[입주 의료기관 관계자 : (손 전 회장 처남)이 자기가 이 건물 관리하고 자기가 이 건물주라고 소개를 했어요. 건물주가 지금 손태승 씨 부인 아닙니까, (절)반이. (처남이) "동생 건물이니까 건물 관리는 자기네 (회사)가 하는 게 좋겠다" 해서 하다가 그것도 금년 7월 (계약) 다 끝나고, 인연이 다 끊긴 지는 꽤 됐어요.]
손 전 회장 아내가 이 건물을 매입한 후 두 달 뒤인 2021년 11월 오빠인 김 씨(손 전 회장 처남)는 실지배 하던 A법인을 통해 30억 담보·보증 대출을 받았는데요.
공교롭게도 대출금이 입금된 당일 오빠 김 씨는 동생인 손 전 회장 아내에게 2억 원을 이체했습니다.
A사에 나갔던 대출은 추후 우리은행에 5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힌 부당대출로 손 전 회장의 처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도 적시됐습니다.
앞뒤 관계를 종합해 볼 때, 손 전 회장 배우자에게 입금된 2억 원이 대가성은 아니었는지 검찰의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손 전 회장 아내가 받은 대출 자체는 문제가 없었나요?
[기자]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조사에서 손 전 회장 배우자의 2021년 우리은행 거액 대출은 정상 대출로 분류됐습니다.
[앵커]
이제부터는 21세기 대한민국, 그것도 상장 금융사에서 아무리 회장 친인척이라고 해도 어떻게 수백억 원의 부당대출이 나갈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 보죠.
[기자]
현재 검찰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법조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 11일 압수수색 한 손 전 회장과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사장의 대출 편의 제공과 그에 따른 인사 개입 정황을 수사 중입니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처남 일가 대출 616억 원 중 절반이 넘는 350억 원을 '부적정대출'로 봤는데요.
상당 부분이 지난 15일 구속 기소 된 우리은행 임 전 본부장의 조력을 받았던 걸로 은행 내부 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금감원 조사에서도 부적정 대출 과정을 우리금융과 은행의 전·현직 임원들이 도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앵커]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부당 대출을 도왔을까요?
[기자]
이 부분과 관련해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과 우리은행은 대가성 인사를 의심하며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과 함께 지난 11일 압수수색을 받은 우리은행 현직자 2명을 대기발령 했는데요.
손 전 회장 재직 시절 이들의 승진 이력은 이례적이긴 합니다.
A 전 본부장은 손 전 회장 임기 중 본부에서 중기업 심사 업무를 하면서 1~2년 만에 승진을 거듭하고, 지난해엔 핵심 본부로 옮겨갔고요.
주도적으로 처남 대출을 도와 구속기소된 임 전 본부장 밑에서 일했던 B 씨는 재작년 말 지점장으로 승진해 역시 해당 센터의 중소기업여신 책임자가 됐습니다.
[앵커]
우리은행 퇴직 후, 처남 회사로 취업하기도 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우리은행 본부에서 각각 심사와 자금 업무 부서장을 하다가 퇴직한 2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까지 처남 회사 중 한 곳에 프리랜서 형태로 취업해 대출 실행 건당 대출액의 5~10% 성과급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연봉으로 치면 1.5억 원 상당을 받았던 걸로 추산됩니다.
금감원 조사에서 이들 퇴직자들은 현직 우리금융 계열사 직원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우리은행 출신 저축은행과 캐피탈 임원을 통해 대출을 직접 신청해 자격 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대출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우리금융,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 중 하나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이게 가능합니까?
[기자]
핵심은 '황제'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회장의 권한, 특히 인사권으로 보입니다.
자회사 임원 선임 권한을 쥔 회장의 인사권 때문에, 이른바 '알아서 기는' 문화가 우리금융 안팎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이미 수년 전 임원 인사권을 자회사로 넘겼습니다.
저희가 손 회장 재임 시절 사외이사를 접촉했는데요.
그는 손 전 회장 재임 당시 제왕적 권력 관련한 비판이 많아, 사외이사들도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과점주주 추천 전 사외이사는 "자회사 임원 인사는 자회사 CEO들이 하도록 해야지, 회장이 결정하면 자회사 대표들이 일하기 힘들지 않겠냐"라고 했더니 손회장이 "지주회사가 새로 만들어졌으니 한시적으로 회장이 주도권을 잡아야만 조직이 통제가 됩니다"라고 해서 그 의견을 존중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번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이 뜬금없이 자회사 임원 인사권 내려놓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룹이 '절벽에 선' 후에야 후임인 임종룡 회장은 '자회사 인사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임종룡 / 우리금융지주 회장 (지난 10일 국정감사) :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기도 하고,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겠습니다.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앵커]
검찰 수사는 언제쯤 마무리가 될까요?
[기자]
마무리 단계로 보입니다.
손 전 회장과 손 전 회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등 모든 절차는 길어야 한 달 안에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처남 김 모 씨 첫 재판이 11월 19일로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강지식 / 검사 출신 변호사·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 : 일반적으로 공범 같은 경우는 같이 기소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고 추가로 조사가 필요하다면 빨리 (조사)해서 빨리 기소하는 게 좋은 거죠. 왜냐하면 손태승 전 회장이 피의자라고 하면 다른 관련자들이 기소될수록 손 전 회장이 방어하기는 좀 더 쉬워지거든요. (관련자들) 증거 기록을 확보하면 검찰의 패를 알게 되기 때문에….]
현재 검찰은 지난 11일 압수물들을 분석하면서 대가성 인사와 비자금 조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취재진은 손 전 회장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앵커]
오수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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