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최소경력 5년 안착…'3년 전 충격 이변' 없었다
판사임용 최소경력 7·10년 확대 없이 현행 5년 유지
법조일원화 완성 위한 처우·인사 개선 논의는 '감감'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법관 임용 최소 법조경력을 현행대로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44인 중 찬성 220인, 반대 12인, 기권 12인으로 가결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최소경력을 2025년 7년, 2029년 10년으로 순차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법조일원화제도는 일정 정도 경력이 있는 법조인들 중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별다른 사회 경험 없이, 성적순에 따라 곧바로 임용된 판사들이 부족한 사회 경험 때문에 국민의 법감정을 알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며 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결정에 따라 2013년 본격화된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라 판사는 일정 정도의 법조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만 선발된다. 당초 이를 규정한 법원조직법에 따라 판사로 임용되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법조 경력이 요구됐다.
처우·인사 개선 없는 반쪽짜리 법조일원화 ‘궁여지책’
당초 법 시행 당시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은 2013년 ‘3년’을 시작으로 2018년 5년, 2022년 7년, 2026년 10년으로 순차 확대하도록 한 바 있다. 미국식 제도를 차용한 법조일원화 논의 당시 △로펌 수준의 법관 처우 △배심재판제 △법관 정년 연장 △전국적 인사이동 없는 법관 인사 등의 제도 개선도 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병행하기로 했던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최소 경력만 상향만 이뤄졌다, 결국 반쪽짜리 법조일원화만 진행됐고 결국 법조계 안팎에선 “법조일원화는 실패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일정 정도의 경력이 쌓이는 ‘7년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우수 인재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은 실제 최소경력이 확대될 경우 수년 내에 판사 수가 200명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국회는 2021년 말 7년·10년 확대 시행 시기를 3년씩 미뤘다.
올해 3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 내년부턴 최소 경력이 7년을 앞두게 되며 법조계의 우려는 다시 커졌고, 여야가 합의로 이번 법 개정에 나서게 됐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최소경력 3년안,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최소경력 5년안을 대표발의했고,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5년’으로 합의했다.
사법부 충격파 던졌던 ‘본회의 반란’, 이번엔 없었다
개정안은 3년 전인 2021년 여야 합의로 처리가 유력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 처리된 개정안은 2021년 8월 본회의에서의 예상을 깨고 부결됐다. 야당 의원 다수가 반대·기권에 표를 던지며 찬성표가 과반에 4표 미달했던 것이다.
당시 이변을 주도한 것은 판사 출신인 이탄희 전 의원이었다. 그는 법사위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의원총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본회의 당일 반대토론에서도 “판사들의 입법 로비”, “대형로펌 입도선매” 등의 강경 발언으로 법조영역에 관심이 없는 다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개정안 부결은 법조계 내부에 충격파를 안겼다. 사법부는 물론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등 법조계 다수가 공감하던 법이기에 부결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평소 현안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판사들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이 전 의원을 성토했다. 이 전 의원의 판사 재직 시절 함께 양승태 대법원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까지 동조했다.
한 판사는 소셜미디어에 “이미 수권세력이 되고 국정에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든 현실적 한계를 외면하고 실현불가능한 선명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부지런한 것도 아니며 의롭지도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국회도 2021년 12월 법조경력 확대를 3년 유예하는 새로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3년을 유예하는 동안 법조일원화를 안착시킬 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병행하기로 한 제도 개선이 3년 간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이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임용절차 개선, 법관 처우 개선 등을 논의했지만, 국회의 도움 없이 사법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개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국 국회와 사법부는 최종적으로 이들 제도 개선 대신 최소경력을 확대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해 이번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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