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떼·MLB’ 돈 되는 해외 브랜드, 한국이 키우고 역수출까지

韓 패션기업의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 활발…현지화·리브랜딩 통해 글로벌 진출
ⓒ르데스크

한국 패션 기업들이 해외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이를 현지화하고 역수출까지 성공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자국에서는 인기를 잃었던 브랜드부터 패션과 무관한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리브랜딩을 거치기만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마리떼프랑소와저버(마리떼)가 일본, 중화권, 태국 내 유통사와 5년간 약 58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마리떼는 1972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청바지 브랜드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청바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쟁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후 2019년 국내 패션 기업 레이어가 마리떼의 한국 판권을 확보한 후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2030 여성층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마리떼는 이제 한국에서 키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 2030 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가 최근 58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밝혔다. 사진은 홍콩 시내 트레인에 마리떼프랑소와저버 광고가 래핑된 모습. [사진=레이어]

라이선스를 통한 브랜드 성장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CNN, BBC 얼스 등 방송 채널이나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 피크 같은 비의류 브랜드도 국내 패션 기업과 손잡고 의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손을 거쳐 패션 브랜드로 변모하며 국내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패션기업 F&F는 미국 프로야구 리그 MLB의 국내 라이선스를 1997년 획득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 성장을 시작했다. 국내 대표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 잡은 MLB는 이후 MLB 키즈로 확장되었고, 2020년에는 중국 판권까지 확보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또한, F&F는 2012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국내에 선보이며 등산 중심의 아웃도어 시장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재정의했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디스커버리는 이후 글로벌 무대까지 진출하며 지난해 F&F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3.4% 증가한 약 9240억 원을 기록했다.

스톤글로벌은 지난 2020년부터 미국 전문 뉴스 채널 CNN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CNN 어패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코웰 패션도 자연사 콘텐츠를 방영하는 채널로 유명한 영국 BBC 얼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후 지난 2023년부터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그간 캠핑용품과 모터사이클 브랜드처럼 전혀 의류와 관련 없는 브랜드들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의류 사업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캠핑 용품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의 스노우 피크도 2019년에 감성 코퍼레이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다양한 의류가 출시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할리데이비슨은 121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로 라이더 보호 장비를 제외하고는 의류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뻗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브랜드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5월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할리데이비슨의 역사와 바이크 문화를 접목해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이라는 브랜드를 지난 9월 국내에 새롭게 론칭했다.

홍콩 관광객 루시 첸 씨(28·여)는 “홍콩에서도 MLB는 힙한 브랜드라 여겨져서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한국에서 파는 옷과 비슷한 종류의 옷들을 팔고 있다”며 “하지만 별로 날이 춥지 않다보니 두꺼운 점퍼와 같은 옷보다는 반팔 원피스 등을 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인 맨디 브룩 씨(37·남)는 “미국인에게 MLB란 야구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며 “MLB라는 패션 브랜드를 미국에 있는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MLB 브랜드 자체가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하고, 구단 로고가 하나의 디자인으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패션 기업들의 라이선스 사업은 단순히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것을 넘어, 현지화 및 리브랜딩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패션의 기획력과 혁신성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한국을 글로벌 패션 시장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소 미국에서 왔다라고 하면 일단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며 “디스커버리나, MLB처럼 평소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니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 라이선서들 아시아 시장 파트너를 선정할 상품력과 기획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이미 국내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의 라이선스까지 얻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해외브랜드 #홍콩 #일본 #중화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