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만 2시간 29분인데...지루하지 않고 도파민 넘치는 신작 영화

'마티 슈프림' 리뷰: 속도와 소음 속에서 포착한 탁월한 탁구공의 궤적

영화 '마티 슈프림'은 베니 샤프디 감독이 솔로 연출로서 자신의 인장을 어떻게 심화했는지 증명하는 강렬한 성취다. 형제 감독인 조시 샤프디와 함께 '굿 타임'과 '언컷 젬스'를 통해 현대 미국의 날것 그대로의 불안과 아드레날린을 스크린에 이식했던 샤프디 감독의 특유의 색채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맥박친다. 샤프디 감독 전작들이 보여준 숨 가쁜 호흡과 인물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특유의 재능은 탁구라는 정적인 듯 동적인 스포츠를 만나 새로운 형태의 긴장감으로 폭발한다.

영화는 전설적인 탁구 선수 마티 레이스먼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소리와 속도의 예술을 직조해 낸다. 샤프디 감독의 전작들이 범죄와 도박이라는 자극적인 소재 속에서 인물의 파멸적 질주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조그만 탁구공이 테이블 위를 오가는 물리적 운동성 자체에 집중한다.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관객을 단 한 순간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바로 이 압도적인 '편집의 리듬'과 '사운드 디자인'에 있다. 탁구공이 매끄러운 목재 표면과 라켓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 관객의 심장 박동을 조율하는 타악기가 된다.

이 영화는 인물을 스크린 안에서 사정없이 몰아세우며 극적인 긴장감을 터뜨린다. 주인공이 겪는 강박증적인 심리 상태는 화면의 거친 입자감과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시각화되며, 관객마저도 그 좁은 탁구대 앞에서 호흡을 멈추게 만든다. 샤프디 감독은 롱테이크와 빠른 컷 전환을 기묘하게 배합하며 긴 상영시간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밀도의 추진력을 확보한다. 인물이 느끼는 압박감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개되는 과정은 그가 왜 현대 영화계에서 '긴장감의 마술사'로 불리는지 새삼 확인시켜 준다.

다양한 미학적 의미 해석의 관점에서도 이 작품은 풍부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영화 속 탁구대는 단순히 스포츠가 펼쳐지는 공간이 아니라, 인물이 세상과 관계를 맺고 투쟁하는 하나의 작은 우주(미코로코스모스)로 기능한다. 좁은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공을 주고받는 행위는 주인공이 가진 내면의 불안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알레고리다. 격렬하게 오가는 공의 궤적은 곧 삶의 불확실성과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 본연의 초상을 대변한다.

다만 이러한 연출 방식은 샤프디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관객에게 일정 부분 피로감을 안겨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완급 조절 없이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리듬과 신경질적인 캐릭터의 변덕은 극의 서사적 깊이를 음미하려는 이들에게 다소 과잉된 소음으로 느껴질 여지가 있다. 드라마틱한 감정적 해소(카타르시스)보다는 인물의 불안 강박 그 자체를 전시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서사의 유기적인 연결성보다는 감각적인 충격의 연속에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 슈프림'이 성취한 시각적, 청각적 에너지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인물의 결점과 매력을 분리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담아낸 캐릭터 플레이와,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비틀어버린 감독의 뚝심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궤적을 찾으려 했던 한 인간의 집착을 이토록 생동감 있고 짜릿하게 그려낸 작품은 드물다. 관객을 완벽하게 압도하며 극장 문을 나선 이후에도 잔상을 남기는 샤프디 감독의 재능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그 때문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불친절한 서사와 강한 피로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영화가 선사하는 순수한 시네마틱 액션과 영화적 쾌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견 없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평단과 대중의 이러한 열띤 반응은 이 영화가 가진 복합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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