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못으로 관통해도 멀쩡한 BYD ‘블레이드 배터리’ 한국 몰려온다
밀폐된 유리 칸막이 너머로 두 장의 얇은 배터리 팩이 선반 위에 놓여있다. 하나는 BYD가 자랑하는 리튬철인산(LFP) 블레이드 배터리이고, 나머지 하나는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많이 들어가는 삼원계(NCM) 배터리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잠시 뒤 BYD 블레이드 배터리 위쪽에서 지름 5mm 두께의 못이 내려와 순식간에 배터리에 구멍을 뚫었다. 순간 가로 960㎜, 세로 90㎜, 폭 13.5㎜ 크기의 칼날처럼 생긴 블레이드 배터리가 살짝 들썩하더니, 그 이후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곧이어 같은 방식으로 삼원계 배터리에도 같은 못이 내려와 구멍을 뚫었다. 하지만 블레이드 배터리와 달리 순식간에 강력한 열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1일 방문한 중국 충칭시 BYD 배터리 공장 실험실에서는 블레이드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시험이 한창이었다.
배터리에 구멍을 뚫는 테스트 외에도 46톤 트럭이 배터리 위를 밟고 지나가는 압착 테스트, 오븐 속에서 섭씨 300도까지 가열하는 발화 테스트 등도 있다.
2020년 세상에 처음 공개된 BYD의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는 NCM 배터리 수준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졌음에도 우수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배터리셀을 칼날(Blade)처럼 길고 평평한 모양으로 제작하고 ‘모듈’이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 바로 배터리팩이 담는 CTP(Cell-to-Pack) 방식으로 제작, 기존 대비 공간 활용도를 50% 높였다.
이를 통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넣으면서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충칭 배터리 공장은 BYD의 첫 번째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 기지로 총 180억 위안(약 3조 4700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20년 1월 완공됐다. 이곳은 블레이드 배터리를 연간 20GWh 이상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공장은 100% 자동화를 통해 3초에 1개씩 블레이드 배터리를 생산해낸다.
BYD는 이렇게 만든 블레이드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을 차체 설계에 그대로 활용했다. 차체 밑바닥을 배터리팩 없이 블레이드 배터리로 꽉 채우는 CTB 방식으로 차량을 제작한다.
배터리팩이 사라지면서 차체의 무게중심이 1.5㎝가량 낮아지고, 블레이드 배터리가 보강재 역할을 하면서 차량의 구조적 강성이 크게 올라갔다. 덕분에 비틀림 강성이 4만 500뉴턴(N)으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BYD의 설명이다.
BYD는 내년 1월부터 한국에 수출하려는 승용차는 물론, 자체 생산하는 모든 배터리 전기차에 블레이드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BYD 제공>
충칭=조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