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의 결말…39년 만의 개헌 시도 무산

강보현.이찬규 2026. 5. 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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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의 개헌 없던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헌법 개정안 표결 불참 등에 유감을 표명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체제 이후 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끝내 무산됐다. 예견된 파국이었다. 여야 사이에 대화·타협이 부재한 가운데 추진된 개헌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과 합의 없이 개헌을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며 대항했다. 이렇게 개헌 무산은 정치 실종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개의된 직후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8일)로써 중단됐다”며 “국민의힘이 어제는 투표를 무효시켰고, 오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한다고 해서 더는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선 10일까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헌법 개정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286명 중 191명이다. 국민의힘(106명)의 동의, 적어도 10여 명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개헌안이 여권에 의해 일방 진행된다며 반발, 반대 당론을 정한 상태였다.

현재 무소속이나 민주당 출신의 우 의장은 20분간 열변을 토하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난했다.


개헌 예견된 파국, 민주 밀어붙이기에 국힘 필버로 맞서
그래픽=이윤채 기자
그는 도중 눈물도 보였는데,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이미 투표 불성립으로 개헌이 무산됐는데도 이날 다시 표결에 부치려던 우 의장을 비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본회의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의결 정족수를 넘겼다. 그런데 찬성표가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 명백히 부결된 것이고, 부결된 개헌안을 상정하겠다는 것 자체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이렇게 명백한 위헌행위를, 교섭단체 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개최하는데, 국회의장이 헌법도 지키지 않는데 헌법을 고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했다.

이번 개헌 드라이브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우 의장 제안에 따라 추진됐다. 그러나 발의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때 개헌에 반대한 가운데, 민주당 등 여야 원내 6당 의원들과 우 의장을 포함한 무소속 6명 등 187명 명의로 지난달 3일 개헌안이 발의됐다. 개헌안엔 ▶계엄에 대한 국회 승인 의무화 및 해제권 부여 ▶부마 민주 항쟁,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않을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이 동의한 건 아니었다.

39년 만에 찾아온 개헌 기회가 무산된 배경에는 이처럼 대화와 협치가 사라진 정치가 있었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법, 사법개혁 3법,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줄줄이 강행 처리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권한까지 담은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일방적 국정 운영이었다. 국민의힘도 공개적으론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실제론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여야는 개헌안 처리가 무산된 이후에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을 이렇게 필리버스터까지 동원해 막은 것은 이후에 우리 국민에게서 큰 지탄을 받고 심판을 분명히 받을 것”이라고 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원하는 본회의를 (야당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하고, 이게 국회의 모습이고 제대로 된 나라냐”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개헌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데에 유감”이라며 “후반기 국회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다.

강보현·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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