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가운 마음에 자식 집에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괜히 갔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던 적 있으시죠? 뭐라 딱 집어 말하기도 어려워 더 서운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꼽는 순간이 있습니다. 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짧은 장면들이더군요. 오늘은 그 순간을 3위부터 1위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3위. 가져간 반찬을 냉장고에 그냥 넣어둘 때
새벽부터 만들어 싸간 반찬을 자식이 고맙다는 말도 없이 냉장고에 밀어 넣는 순간, 마음이 쑥 내려앉습니다. 다음에 가보면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다만 자식 입장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입맛이 달라졌고, 맞벌이라 집에서 밥 먹는 날 자체가 적습니다. 무시가 아니라 사정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실천 팁은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열 가지 대신 자식이 제일 좋아하는 한 가지만 가져가 보세요. 남기지 않으면 서운할 일도 없습니다.

2위. 손주만 챙기고 나는 안중에 없을 때
손주 학원이며 성적 이야기는 끝없이 하면서, 정작 어머니 무릎은 좀 어떠세요 하는 말 한마디가 없을 때 마음이 헛헛해집니다.연구에 따르면 노년의 외로움은 사람을 못 만나서가 아니라 내 안부를 묻는 사람이 없을 때 깊어진다고 합니다. 자식 곁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이럴 땐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말해보세요. 요즘 무릎이 좀 아프다, 하고. 자식은 몰라서 안 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위. 이제 그만 가보시라는 말을 들을 때
1위는 돌아갈 시간을 자식이 먼저 꺼낼 때입니다. 늦었으니 이제 가보세요, 그 한마디에 몇 시간의 즐거움이 다 지워집니다. 내가 짐이 됐구나 싶어집니다.투르게네프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에도,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시간과 제 삶에 바쁜 자식의 시간은 끝내 속도가 다르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자식은 밀어내려는 게 아니라, 제 삶에 쫓기고 있는 것입니다.그래서 이렇게 해보시면 좋습니다. 갈 시간을 내가 먼저 정해두는 겁니다. 나 세 시에 일어날게, 하고 미리 말하면 그 말을 들을 일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 가지를 다 고쳐보려 하지 마세요. 오늘은 딱 하나, 다음에 갈 때 머무는 시간을 한 시간 줄여보시면 됩니다. 짧게 보고 오면 서운할 틈도 없습니다.자식이 변한 게 아니라 자식의 삶이 바빠진 것뿐입니다. 그 사실만 받아들여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오늘 웃으며 일어선 그 자리가, 다음에 또 오라는 말을 듣는 자리가 됩니다.
출처 : '아버지와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