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가다] 한밤 정적 깬 '탕' '탕' '탕'…북극곰에 경고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2022. 12. 1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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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변에 서성대는 북극곰 가족. 카크토빅은 북극곰과 공생한다.

카크토빅Kaktovik은 캐나다 처칠과 함께 북극곰 투어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마을까지 들어오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캐나다 처칠의 북극곰 투어는 버기Buggy라는 특수형 버스를 타고 곰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라면, 이곳 카크토빅의 북극곰 투어는 소형 보트를 타고 섬에 살고 있는 북극곰을 찾아나서는 것이 다르다. 카크토빅의 북극곰이 섬과 섬 사이, 섬과 마을을 찾아오려면 수영을 해야 하기에 세상에서 수영을 제일 잘하는 북극곰일지 모른다. 가끔씩 카크토빅의 왈도암스 호텔WALDO ANMS HOTEL에서 창문을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나 여기 있소!"하는 북극곰과 얼굴을 마주칠 것 같다. 망원경으로 섬을 바라보면 북극곰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하품하는 북극곰.

세상에서 가장 수영 잘하는 북극곰

북극곰 투어는 오전 8시에 시작한다. 카크토빅 앞바다에 잡초더미가 쌓인 것처럼 보이는 곳은 고래뼈 무덤이라고 한다. 수십 마리의 고래뼈가 이곳에 모여 쌓여 있다. 고래뼈 무덤을 지나 길다란 섬에 도착했을 때 몇 마리의 북극곰들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네 발로 납작 엎드리며 잠자는 북극곰과 통나무를 베개삼아 잠자는 북극곰, 거꾸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잠자는 북극곰, 앞발을 모으고 공손하게 잠자는 북극곰 등 잠자는 자세도 제각각이다.

보트는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북극곰의 다양한 표정들이 포착된다. 통나무 위에 앞발을 얹고 우리를 바라보는 북극곰, 통나무의 끝 부분을 먹고 싶은지 입을 대어 물고 있는 북극곰, 졸린지 하품하는 북극곰, 엉거주춤 "응아"를 하는지 앉아 있는 북극곰, "메롱"하는 북극곰의 모습을 보며 북극 여행의 피로를 씻는다.

북극곰의 데이트 현장에 다가갔다. 드넓은 들판에서 서로 다가가 선을 본다. 눈이 맞았는지 주둥이를 비벼댄다. 구경꾼들이 분위기를 깰라 조심해야 할 순간이다. 해수면에서 제 모습을 바라보는 북극곰의 잔영이 물속에 반사되고 있다. 넓은 들녘에 덩그러니 있는 나무 의자, 북극곰이 앉을 자리인지 살피고 있고 덥석 누워 흙 자국이 선명한 북극곰이 제 모습을 아는지 해변을 산책하고 있다.

북극곰 서식지 위로 쌍무지개가 떴다.
북극곰 투어를 위해 하루 묵었던 카크토빅 왈도암스 호텔.

먹이를 찾아 마을에 나타난 북극곰 母子

알래스카의 카크토빅Kaktovik마을은 북극곰과 함께 공존하고 있으며, 북극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북극곰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밤중에 북극곰이 나타나 마을을 어슬렁거린다. 어미곰은 자신의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새끼에게 먹일 것을 찾아 마을 구석구석 쓰레기더미를 뒤진다. 이 카크토빅마을에는 밤의 야경꾼이 있다. 배고픈 북극곰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므로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 마을을 찾는 북극곰을 보이는 대로 사살한다면 북극곰은 마을을 찾지 않을 것이다.

한밤중에 울리는 총소리 한 발. 무슨 사고가 일어났는지 이방인은 긴장하고 창 밖을 응시한다. 공포탄 한 발로는 부족했을까 쉽게 달아나지 않는 북극곰을 향해 야박하게도 인간들은 계속 총을 쏘아대며 마을 밖으로 쫓아내고 있다.

아침에 배로우에서 왔다는 곰 감시자를 만났다. 어제 저녁에 학교 앞에 새끼를 데리고 북극곰이 나타나 마을에서 쫓아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출하기 전에 항상 주의하라고 한다. 특히 외지인은 이곳 상황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더욱 주의하고, 표나지 않는 옷을 입도록 일러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해마다 고래잡이 철이 되면 카크토빅 주민들은 힘을 합쳐 사냥에 나선다. 무게 100톤이 넘는 대형 고래를 잡아 마을 앞바다까지 끌고 온 모습.
마을 주민들은 사냥한 고래를 해체해서 함께 나눠 가진다.

고래를 잡으면 살점을 남겨둔다, 북극곰 몫으로

고래사냥은 에스키모인들, 특히 카크토빅 사람들에게 마을 축제이다. 2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함께 길이 20m, 무게 100여 t 나가는 대형 고래를 사냥해 끌고 오고 해체하며 나누는 에스키모인들의 전통 축제다. 북극곰들도 고래 사냥철을 기다린다고 한다. 고래를 잡으면, 북극곰은 먼 3km 전방에서부터 냄새를 맡고 고래 주위를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고래 해체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이다.

에스키모인들은 고래 해체 시에는 북극곰을 쫓아내지만, 해체 후에는 고래뼈에 고기를 남겨 북극곰의 몫으로 준다고 한다. 옛날 우리 어르신들이 감을 딸 때에 까치밥을 남겨놓는 것과 흡사하다. 고래 사냥철에는 40~50여 마리의 북극곰이 모인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사냥은 에스키모인의 축제일뿐 아니라, 굶주린 북극곰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북극 여행의 발이 돼 준 경비행기.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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