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백경사 피살' 과연 누가 살해?…"이승만·이정학 둘 중 하나"

이지선 기자 강교현 기자 2023. 3. 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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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승만·이정학 범인 아닐 가능성 없다"
'경찰 총기 탈취→강도 범행' 같은 패턴 발견
전북경찰청은 청사 안에 '추모의 벽'을 만들고 2002년 9월 추석 명절 근무 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직한 백선기 경사(순직 후 경위로 추서)를 추모하고 있다./뉴스1 DB

(전주=뉴스1) 이지선 강교현 기자 = 21년 전 발생한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2명으로 압축되고 있다. 경찰의 판단은 유력을 넘어서 확신에 가깝다. 이에 관심은 과연 누가 백 경사를 살해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현재 용의자 2명은 서로 범행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지난 16일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조사 중인 피의자 2명이 범인이 아닐 확률은 없다고 본다"며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최소한 둘 중에 한 명이라고 판단한다"고 확신했다.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말하는 2명은 ‘2001년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다. 두 사람은 20년 넘게 숨어 지내다 지난해 붙잡힌 뒤 현재 1심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은 2002년 9월20일 오전 0시50분께 전주시 금암동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도 사라졌다.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이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건 이승만의 ‘편지’ 때문이다.

이승만은 지난달 13일 경찰에 편지를 보내 "백 경사 살인 사건에서 사라진 총기가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다"며 권총을 숨긴 위치를 진술했다.

경찰은 편지를 받고 이틀 후 이승만을 직접 만났다. 그의 기억은 제법 구체적이었다.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3일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이승만이 말한 현장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철거를 앞둔 울산의 한 숙박업소였다. 우선 이승만의 진술에 따라 화장실 천장을 열어봤지만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 바로 옆 방의 천장에서 권총 1정이 나왔다.

38구경 권총이었다. 경찰은 떨리는 마음으로 녹슨 총의 총기 번호를 확인했다. ‘4280’. 21년 전 살인사건 현장에서 사라진 바로 그 총이 20년6개월만에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전북경찰청 전경/뉴스1 DB ⓒ News1 이지선 기자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전북경찰은 수사부장을 중심으로 형사과 강력계,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장기미제팀 등 4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관련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감 중인 이승만과 이정학을 각각 4차례씩 만나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상대가 범행을 저지른 뒤 권총을 숨겼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범행을 상대의 책임으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만은 이정학의, 이정학은 이승만의 단독 범행을 각자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동 범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애초 이승만의 단독 범행으로 알려졌던 '2003년 대전 현금 수송차 탈취 사건' 역시 '2001년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정학과의 공동 범행이라는 점을 처음 밝혀냈다.

경찰은 '2003년 사건'도 공동 범행이었다는 점은 '전주 백 경사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 '패턴'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후신 과장은 "범행 행태를 보면 이들이 대전에서 2001년 10월 경찰관을 차로 치어 총기를 탈취하고, 두 달 뒤인 12월 국민은행 강도 사건을 벌였다"며 "그 다음 2002년 9월 전주 백 경사 피살사건이 발생하고, 네 달 뒤인 2003년 1월 대전 현금 수송차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이 다음 범행을 위한 하나의 단계였을 것으로 보고 모의 과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범행 정황과 직·간접적인 증거도 공동범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북 경찰 검시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백 경사의 신체 손상을 살펴볼 때 원한이나 보복보다는 강도 사건 등 특정한 목적성이 있는 살인 사건에서 보여지는 상흔이 포착됐다. 이 점으로 미뤄 혐의도 애초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의율될 가능성이 있다.

또 숨진 백 경사에게서는 아주 소극적인 방어흔만이 발견됐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필사적으로 막는 등의 저항을 거의 못한 상태에서 흉기에 6번이나 찔렸다는 점에서, 이승만과 이정학의 공동 범행일 수 있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갈매기 모양의 발자국 2개가 발견된 바 있다. 경찰은 이 발자국들이 1명 또는 2명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밀 감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참고인을 불러 법최면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매우 구체적인 사건 현장의 상황 진술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경찰은 두 사람과 전주라는 지역의 연관성에 대한 실마리도 찾아냈다. 이들은 충남 논산 지역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충남 일원과 전주권역을 다니며 '불법 음반 테이프 유통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신 과장은 "아직 단독 범행이다 공동 범행이다 이 부분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현재 두 사람이 서로 미루는 진술을 하고 있지만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인만큼 실제 전모를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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