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업계가 잇따라 중고거래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Z세대가 긴축·가치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리커머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들은 소비자 간 거래(C2C)를 중개하는 전통적 형태를 벗어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을 제시하며 정보 부족, 신뢰 부재 등 기존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11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이달 중 중고 의류와 잡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유즈드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빈티지 전문 사업자가 플랫폼에 입점하는 형태로, 앱 사용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카테고리를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무신사도 이르면 이달 말 ‘무신사 유즈드’를 론칭한다. 고객이 판매하고자 하는 의류를 수거해 자체적으로 손상 여부를 검수한 뒤 상품화하는 ‘위탁 보관 판매’ 형식으로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백화점과 주요 패션 기업도 리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자사 멤버십 포인트로 고객의 의류를 매입한 뒤 되파는 중고 거래 서비스를 지난달 도입했다. 각 사의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리세일 전문 기업 마들렌메모리와 협업해 수거, 세탁 및 정비 과정을 거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2022년부터 동일한 방식으로 중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코오롱FnC도 오프라인 매입 경로를 확대하는 추세이며 LF 역시 올 3분기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 거래 서비스를 론칭하기로 했다.
리커머스 산업의 확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긴축소비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중고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발간한 ‘중고제품 이용 실태조사 및 순환유통 비즈니스모델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2024년 기준 향후 3년간 48.7% 성장하며 일반 패션 시장(8.4%)의 6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20~5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75.3%가 중고제품 거래에 긍정적이라 답하기도 했다.
최근 리커머스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단순 소비자 간 거래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서 나아가 기업이 중고 거래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매입, 검수, 판매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C2C 거래보다 상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새 상품을 구매할 때와 동일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기업 입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매출 경로를 다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 멤버십 포인트를 리워드로 지급하는 사업 모델의 경우 다른 매장의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B2B 플랫폼과 협업해 자체 리세일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활발하다”며 “국내 패션 플랫폼과 기업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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