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갑질]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경비원 멸시 언제까지

원성윤 2023. 3. 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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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가 지난 16일 공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노동자 9명은 모두 입주민으로부터 고성과 모욕, 외모 멸시, 업무 폄훼 등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번 심층 면접 조사에 참여한 이들 9명은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으로, 아파트 내 시설 관리와 미화 등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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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여의도 아파트에서 젊은 입주민에게 차를 좀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경비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며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해서 그만두게 하겠다며 협박한 경우가 있었다."(경비대원 A씨)

"'너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대놓고 말한다. 자존심 상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한다."(경비대원 C씨)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가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근절, 초단기 근로계약 근절,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장갑질119가 지난 16일 공개한 '경비노동자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A씨를 포함한 노동자 9명은 모두 입주민으로부터 고성과 모욕, 외모 멸시, 업무 폄훼 등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번 심층 면접 조사에 참여한 이들 9명은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으로, 아파트 내 시설 관리와 미화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 증언을 종합해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아파트 관리직 업무를 하대하고 있다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가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근절, 초단기 근로계약 근절,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소를 하는데, 청소가 깨끗하게 안 돼 있다고 소리를 지르며 지적, 멱살을 잡으며 관리사무소로 끌고 갔다. 이런 사례가 너무 많아 속이 답답하고, 불면 증상이 있어 약을 처방 받고 있다."(청소반장 E씨)

일부 경비원들은 "키도 작고 못생긴 사람을 왜 채용했냐, 당장 바꿔야 한다", 경비초소에 불을 켜놓은 것을 두고서는 "너의 집이었으면 불을 켜놓을 거냐"는 등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9명 중 6명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 아파트의 70대 경비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는 등 '원청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대원 G씨는 "관리소장 지시로 갑자기 정화조 청소를 했다"며 "분뇨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곳에서 작업하고 나왔는데 독이 올라 2주 넘게 약을 발랐다"고 털어놨다.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가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근절, 초단기 근로계약 근절,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주민에게 해고 협박받은 노동자는 9명 중 4명에 달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직장갑질119는 경비노동자들이 입주민·용역회사 갑질에 노출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간접 고용 구조'와 '초단기 근로계약 기간'을 꼽았다.

조사 대상 노동자 9명 모두 1년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는 고용 형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회사에 고용된 경비노동자의 계약기간은 더욱 짧았다. 5명 중 4명은 3개월 단위로, 1명은 1개월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다.

경비대원 C씨는 "입주민과 싸우겠다는 것은 사직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무 힘이 없다. 대응방법도 없다. 정식 직원이면 뭐라도 하는데 단기 계약이어서 연장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단체는 공동주택 노동자를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으로 ▲실효성 있는 공동주택 노동자 보호 체계 마련 ▲직접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주민 및 입주자 대표회의에 대한 책임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직접 고용 구조로의 전환 등을 제안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경비원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나 주민들의 항의로 내려졌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14일 오전 7시40분께 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70대 경비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숨지기 전 '직장 내 갑질로 인해 힘들다'는 취지 유서를 작성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서 경찰서는 A씨의 동료 경비원 등을 상대로 아파트 관리책임자의 무리한 업무 지시 등 갑질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서울지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경비원을 추모하기 위해 걸린 현수막이 지난 16일 걸렸으나 주민들 항의로 제거됐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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